브라운 티거 (Brown Tigger)

by XINDIE posted Apr 1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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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24년 3월
아티스트 브라운 티거 (Brown Tig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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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직하고 유연하게,

조용하지만 폭발적으로

레게의 계보를 잇고 있는

 

‘레게’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1만㎞는 떨어진 자메이카에서 날아 온 이 서브컬처에 대해서 놀랍게도 우린 뭔가가 떠오르긴 한다. 그것이 김건모나 임종환이든, 룰라나 투투든, 레게 강 같은 평화나 김반장과 윈디시티이든지 간에…. 뜨거운 햇살 아래 길게 땋은 드레드록스 머리를 색색깔 모자 아래로 날리면서, 엇박자 리듬을 타고 한과 흥이 섞인 리드미컬한 노래를 부르는 이미지가 연상된다.

 

최근 레게 레전드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밥 말리: 원 러브’가 우리나라에도 개봉했다. 이렇게 레게는 멀고도 가깝다. 자, 여기, 킹스턴 아닌 서울에서 수년째 레게의 밭을 일구고 있는 아티스트가 있다. 브라운티거다. 종종 팝과 힙합의 요소를 유연하게 섞되 레게의 뿌리를 굳건히 지킨다. 영어보다 한국어 가사를, 19금 욕설보다 비교적 순한 단어를 즐겨 쓴다. 그래도 그 레게가 충분히 레게답다면 그것은 충분히 아름다운 레게라고, 그는 생각한다. 우직하고 유연하게, 조용하지만 폭발적으로 레게의 계보를 잇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인터뷰.글: 임희윤

사진: 김성훈 (스튜디오머그샷 / 그레이스페이스)

편집: 곽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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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 앨범 〈이립〉을 잘 들었습니다. 첫 곡 ‘레게 가수’에는 대한민국에서 레게라는 마이너한 장르를 하는 이의 마음을 담은 것 같았어요. 한국에서 레게가 주류의 조명을 받은 것은 1990년대 김건모, 룰라 이후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여전히 레게로 ‘승산’이 있다고 보시는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지 여쭙고 싶습니다.

 

사실 ‘레게’라는 장르로 승산이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레게 음악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한국 대중 음악 시장 특성상 한가지 장르로만 음악 활동을 이어나가기엔 제한적인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승산’에 목적을 두기 보다는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담아내기 좋은 장르를 선 

택할 뿐이에요.

 

- ‘브라운티거’라는 예명은 무슨 뜻인지요.

 

많이들 알고 계시는 만화 영화의 호랑이 캐릭터 이름이 티거에요. 제가 그 캐릭터를 닮아서 티거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고, ‘Brown’은 사실 제가 좋아하는 색깔이면서 성처럼 쓰기 좋은 단어라서 붙여서 예명으로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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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밥 말리의 전기 영화 〈밥 말리: 원 러브〉가 개봉했죠. 영화를 보셨는지, 소감이 궁금합니다.

 

네. 감사하게도 시사회에 초청되었어요. 한국의 모든 레게 아티스트분들과 함께 제일 처음으로 시사할 수 있는 영광의 시간이였습니다. 원래부터 제가 정말 좋아하는 아티스트라 그의 생애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로 다시 접하게 되니 감동적이더라구요. 음악적인 관점에서도 너무 잘 만들어 

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레게 음악에 관심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 맹그로브라는 레게 크루를 결성했죠. 한국에서 레게를 전문적으로 하는 음악가의 수도 매우 적을 듯한데, 한국의 레게 인구, 아티스트와 팬 각각 몇 명 정도로 추산하고 계신지요. 맹그로브 크루의 목표와 꿈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한국의 레게 인구라는 표현이 되게 재밌네요. 사실 추산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고 생각합니다.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을 보면 장르별 카테고리로 발매된 음악들이 구분되어 있는 걸 볼 수 있어요. 발라드, 댄스, 힙합, 알앤비, 락 등등. 그런데 ‘레게’ 카테고리는 없습니다. 이 부분만 봐도 하루에 발매되는, 아니 한 달에 발매되는 ‘레게’ 음악이 얼마나 적은지 알 수 있습니다. 수요가 먼저일지 공급이 먼저일지는 제가 정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레게’ 카테고리가 따로 분리될 수 있을 정도로 ‘레게’라는 장르를 활성화 시키는게 제 목표입니다. 그 과정을 맹그로브 크루와 함께 하고 싶습니다.

 

- 레게는 창법, 선율 등이 특징적이어서 듣는 순간 ‘아! 레게구나!’ 하는 느낌이 옵니다. 그런 만큼 장르적 특징이 주는 창작과 실현에서의 제약도 있을 듯해요. 음악 장르로서 레게의 제약이나 장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지, 그런 것들을 브라운티거는 어떻게 극복하거나 극대화하는지 비결도 궁금합니다.

 

물론 특징적인 부분이 있지만 제약이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제약이 있다면 그게 ‘레게’ 장르 아티스트라서가 아닌 아티스트 ‘기량’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장점을 꼽자면 생각보다 장르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입문 장벽이 좀 높아요. 그래서 필요한 음악적인 역량이 높기 때문에 꼭 레게 장르에 자리를 잡지 않으셔도 레게 음악을 공부해 본다면 다른 음악에 접목시키기에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 예전에는 레게 하면 떠오르는 편곡이 있었습니다. 기타의 엇박자 리듬이나 두툼한 베이스라인 같은 것들요. 하지만 레게톤, 뭄바톤 같은 파생 장르가 나오면서 악기나 편곡의 특성도 많이 다변화한 것 같은데요. 브라운티거는 실제로 곡을 만들 때 어떤 악기, 프로그램, 소프트웨어를 주로 사용하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리 형태가 변하고 진화해도 ‘이것이 있으면 레게다!’ 하는 레게의 인장이나 필수 요소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저는 프로페셔널하게 다룰 수 있는 악기가 많지 않아서 편곡적인 부분은 프로듀서들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편이에요. 그저 ‘Loop’ 하나만 있어도 가사나 멜로디는 쓸 수 있지만 음악 하나가 탄생하기까지는 옆에서 같이 작업해주는 프로듀서가 필요합니다. 프로그램은 음악을 시작할 때 부터 지금까지 큐베이스만 사용해요. 가장 편하고 직관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것만 있으면 레게다!’라고 할 수 있는 특정한 요소는 없어요. 하지만 다들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동일합니다. 밥 말리 패밀리의 레게 아티스트들이 힙합 비트에 랩을 해도, 발라드 음악에 노래를 해도, 그건 레게로 들릴거에요. 그건 그들이 ‘레게 아티스트’이기 때문이에요. 아티스트 본인이 그 색채를 뚜렷하게 드러내면 특정 요소 없이 그 장르로 들리게 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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