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피어나는 청춘의 이야기
Lacuna (라쿠나)
안녕하세요, 씬디매거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먼저 씬디매거진 구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밴드 라쿠나(Lacuna) 입니다.
경민: 저는 보컬과 기타에 장경민이라고 하고요.
민혁: 저는 기타 치는 정민혁입니다.
호: 저는 베이스를 맡고 있는 김호라고 합니다.
이삭: 저는 드럼 치는 오이삭입니다.
최근에 저희의 다섯 번째 EP [유령]을 발매했고요, 얼마 전엔 대만에서 단독공연 ‘유령’도 마쳤고 굉장히 보람찬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커버 아티스트가 라쿠나라는 이야기를 듣고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 바로 떠올랐어요. 자료를 찾아보니 밴드명이 <이터널 선샤인>에서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 ‘라쿠나’에서 모티브를 따온 게 맞아서 괜히 반가웠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인생 영화로 꼽는 작품이거든요. 그런데 멤버 전원이 <이터널 선샤인>을 보고 '라쿠나'로 정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밴드명을 정할 때 어떤 이름들이 후보로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어떤 후보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조금 싱겁긴 하지만 ‘라쿠나’라는 팀명은 거의 만장일치로 가게 된 거예요. 그래도 팀명에 좀 비하인드가 있긴 한데 저희가 라쿠나로 공식적으로 데뷔를 하기 전에 ‘더 언플러그드 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했었는데요. 근데 활동명이 좀 길게 느껴지기도 하고, 플러그를 너무 많이 쓰게 되는 바람에 이름처럼 활동하지 못할 것 같아서 지금의 팀명인 라쿠나(Lacuna)로 바꾸게 된 것 같습니다.
예전에 라쿠나의 음악을 처음 들었던 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곡이었던 것 같아요.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최근 발매된 [유령] 앨범을 들어봤는데, 정말 놀랐습니다. 올해 들은 앨범 중에 가장 좋았어요. 모든 곡이 좋았지만, 2번 트랙 ‘save me!!!’가 가장 유령스럽게 느껴졌어요. 제가 예전에 즐겨 듣던 마릴린 맨슨의 ‘The Beautiful People’이 오랜만에 생각나더라고요. 그리고 6번 트랙에 ‘맨드라미’에서 베이스 솔로도 정말 멋있었고요. 라쿠나 멤버들도 이번 앨범에 상당히 만족하고 계실 것 같은데요, 아직 못 들어보신 분들을 위해 [유령] 앨범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일단 저희의 다섯 번째 EP [유령]은 총 7곡으로 구성이 되어있고요. 타이틀곡은 ‘유령’입니다. 다른 수록곡들도 타이틀곡인 ‘유령’을 근간으로 써 내려간 곡이기 때문에 가장 중심이 되는 ‘유령’을 앨범명으로 정하게 되었어요. 타이틀곡인 ‘유령’에 대해서 소개해 드리자면, 외부 세계와 닿아있어도 연결감을 느끼지 못하는 어떤 외로움을 유령으로 형상화한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령] 앨범을 듣고 나니 공연장에서의 라이브도 정말 기대되더라고요. 최근에 대만 단독 공연을 다녀오셨던데, 작년에도 대만에서 공연을 하셨더라고요. 대만 팬들과의 만남은 어떠셨나요? 국내 팬들과는 공연을 즐기는 방식에서 어떤 점이 다를까요? 또, 대만 공연 중 있었던 에피소드나, 대만의 유명한 먹거리 중 추천해주실 최애 음식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저희가 대만에서 단독 공연을 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었는데요. 그러한 걱정이 무색하게 한국 팬분들만큼이나 뜨거운 반응을 보내주셔서 너무너무 행복했고, 또 가고 싶었던 것 같아요.
민혁: 저희가 첫날에 훠궈집에 갔는데, 훠궈에 넣어서 익혀 먹으라고 주신 날해산물이 있었거든요. 근데 저는 그게 회인 줄 알고 그냥 먹었다가 뭔가 이상한 걸 직감하고 바로 화장실에 가서 뱉은 그런 일화가 있습니다.
호: 저희가 공연했던 Legacy Taipei가 복합 문화 예술 공간이었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 팝업이 같이 진행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중간에 시간 날 때 잽싸게 달려가서 보고 온 기억이 있습니다.
이삭: 저희가 처음에 대만을 방문했을 때부터 대만 밴드 ‘Wendy Wander’와 친하게 지내고 있는데요. 그 친구들이 저희가 단독 콘서트를 한다니까 화환을 한국어 문구로 보내준 게 굉장히 감동적이었고 기억에 많이 남아요.
8월 말부터 시작된 밴드 'SURL'과의 합동 전국투어 ' KIDS'에 대한 공연 소개 글을 보면서, 두 밴드의 오랜 인연이 확 와닿았습니다. 처음 'SURL'멤버들을 만났을 때, 7년 후에 함께 투어를 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하셨을 것 같은데요. 첫 만남부터 이번 전국투어를 준비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경민: 사실 저희가 거의 6년 전에 처음 만났는데요. 이번 합동 전국투어를 준비하면서 어릴 때 처음 봤을 때보다 서로 많이 성장한 것 같아서 굉장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민혁: 저희가 합동 무대를 하는 게 있는데, 사실 여덟 명이 동시에 사운드를 내면 각자의 악기가 잘 드러나기가 힘들거든요. 그런데 다들 칠 때 치고 빠질 때 빠지면서 되게 능숙하고 노련해졌더라고요.
호: 사실 다른 악기들은 여러 명이 같이하는 케이스가 흔한데, 투드럼 투베이스는 흔치 않거든요. 그래서 ‘SURL’ 친구들이랑 합동 무대를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시도해 봤는데 굉장히 신선하고 재미있어요.
이전에 한 인터뷰에서 잠깐 언급한 적이 있는데, 제가 친구들끼리 밴드를 결성하는 내용의 일본 애니메이션 ' Beck'을 보고 실제로 친구들과 몇 년간 밴드를 했었어요. 그래서 라쿠나 멤버분들처럼 동갑내기 친구들과 함께 재밌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니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제 경우에는 기타 치는 친구는 곡을 잘 만들고, 드러머는 잘 생겼고, 베이시스트는 무대에서 잘 놀았거든요. 각자가 옆에서 보는 멤버들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먼저 이삭이는 단순하고 명료한 친구예요. 같이 있으면 정말 걱정거리가 사라지는 것 같아요. 그것도 그렇고 평소에는 순둥순둥한 데 비해서 라이브만 시작되면 무대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보여주는 게 참 멋진 친구인 것 같아요. 호는 음악에 노트를 연주하는 게 아니라 그 너머의 감정을 연주하는 친구 같아요. 단순히 도레미를 치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연주하는 것 같은 느낌이죠. 또, 연주 자체를 즐기는 게 정말 잘 보이는 친구인데요. 무대에서 어쩌다 호를 보게 되면 저희도 덩달아 몰입이 잘 되는 것 같아요. 민혁이는 정말 보편적인 사고방식을 넘어서 이것저것 다양하게 시도해요. 정말 창의력이 좋은 친구인 것 같아요. 그리고 방금 옆에서 민혁이가 본인 입으로 얘기한 건데, 자기 연주를 들으면 시공간을 뛰어넘는 것 같지 않냐고 하네요. 저희의 의견과는 무관합니다. 경민이는 가히 가운데에 있을 만한 비주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보기에도 정말 잘생겼어요. 얼굴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음악성과 틀에 박히지 않은 생각이 정말 존경스러워요. 그리고 날이 갈수록 무대를 장악하는 능력도 향상하고 있는 것 같고요. 그리고 리더로서 무거운 짐을 이고 가는 것에 있어서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 게 저희 모두가 느끼고 있는 가장 멋있는 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무 살 때부터 함께 활동한 지 벌써 5년이 되었는데, 그동안 한 번쯤은 크게 다툰 적도 있을 것 같아요. 혹시 지금은 말할 수 있는 갈등이 있었나요? 있었다면,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이것도 싱겁긴 하지만 저희가 아주 크게 싸운 적은 한 번도 없어요. 한번 크게 화낼까 싶다가도 서로 얼굴 보면 좀 잘 풀리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끼리 크게 서로를 화나게 할 일도 잘 없기도 하고요. 항상 대화로 잘 풀어나간다는 게 저희 팀워크의 비결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동갑내기 친구들로 결성된 크라잉넛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했다고 하더라고요. 라쿠나도 동갑내기 친구들로 이루어진 밴드인데, 여러분이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희도 항상 말하지만, 정량적인 목표보다는 항상 우리끼리 오래오래 밴드 하자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긴 합니다. 크라잉넛 형님들이 60주년이 되셨을 때 저희도 한 30년을 훌쩍 넘긴 더 노련한 밴드가 되어있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가장 소중한 팬들, 라둥이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여러분들이 있기에 저희가 청춘이라는 걸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서 늘 감사드립니다.
인터뷰 | 강민구 사진 | 엠피엠지 뮤직 제공 디자인 | 이나연
기획 | 패닉버튼 / 최찬영 에디터 | 이서인 발행 | 씬디라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