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희는 포크듀오 ‘산만한시선’입니다. ‘산만한시선’ 은 다큐멘터리와 영화 제작에서부터 시작된 팀이에요. 아카이브를 중심으로 어떤 사건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 심심한 장면들을 담자고 시작했던 작업이었는데 몇 번이나 엎어지고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 “그냥 영화에 들어갈 노래들 먼저 만들고 시작하자” 해서 시작된 팀입니다.
Q. ‘산만한시선’이라는 이름의 의미와, 그 의미가 음악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름을 정할 때, ‘(___)시선’이라는 형식은 금방 정했는데, 시선이라는 말을 무엇으로 꾸며줄까 많이 고민했어요. 음악이든 영상이든 처음부터 저희가 지향했던 부분이 “가장 사적인 소재를 가장 보편적으로 풀자”였기 때문에 최대한 담담하게 지어주고 싶었어요. 두 사람 모두 집중력이 월등히 좋거나, 한 가지 일을 진득하게 해내는 일이 없어서 “너희 참 산만하구나”하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보통은 부정적인 말이었던 것 같은데 다르게 보니 “넓고 얕게”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아무래도 시선이 산만하다 보니 별거 아닌 사건과 행동, 사물들에 눈이 많이 가는 편인데, 그런 산만한 시선들이 차곡차곡 모이면 ‘생활’이라는 장면이 완성되는 것 같아요. 저희가 이번 앨범을 작업 하면서 가장 크게 고민하던 방향도 “어떤 감정을 전달해보자, 어떤 느낌의 곡을 만들자” 보다는 “멀리서 봤을 때, 생활성이 짙은 앨범이 되면 너무 좋을 것 같아”에 집중되어 있었던 터라, 그런 생각들이 ‘산만한시선’ 의 음악들과 함께 연결되는 것 같아요.
Q. 첫 앨범 [산만한시선]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메시지나 테마는 무엇이었나요?
메세지를 전달해보자라는 의도는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그런 메세지를 담을 힘도 아직은 부족하고… 다만 ‘생활성’을 음악으로 어떻게 표현해볼 수 있을까에 대해서 자주 고민했어요. 지금 우리가 지내고 있는 시대의 가장 보잘것없는 이미지들을 모아서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늘 마음에 품고 있어서, 귀로 듣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것이 이번 앨범을 넘어서 저희 ‘산만한시선’을 관통하는 주제인 것 같아요.
Q. 앨범을 작업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을까요?
운이 좋게도 지원사업을 통해서 앨범을 제작하게 되었는데요. 각자 개인으로 활동하며 만들어 놓았던 곡들을 가볍게 모아서 제출했었는데, 파일을 업로드 하면서도 이게 될까?하며 냈어요. 당일에 오디션을 볼 때도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떨어진거 같지?”라며 확신했었는데, 다행히도 저희 음악을 좋게 들어주셔서 앨범 제작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녹음에 들어가기 전에 피디님께서 혹시 준비된 곡이 더 있는지 여쭤보셨어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그 자리에서 “네!”라고 대답하고, 그날 주말에 한 곡 더 만들어서 총 다섯 곡을 채워 녹음에 들었습니다. 급조된 그 곡이 ‘성두빌라’ 입니다. 또 지원사업이다보니 세션악기들을 섭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었는데, “어떤 악기를 쓰시겠어요?” 했을 때 가장 비쌀 것 같은 악기들을 두 개 정도 불렀습니다. 오보에와 플룻을 일단 말씀드리고, 곡들의 편곡을 다시 했어요.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와 ‘성두빌라’에 각각 플룻과 오보에가 들어가게 되었어요. 아무것도 없지만 준비된 척 했던 일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앨범작업을 하면서 처음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보니, 저희끼리 정해야 할 규칙들이 좀 있는 것 같았어요. 그러면서 [십계명]을 만들었는데요. 인스타그램 프로필이나, 나무위키에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께서는 한 번 찾아봐주셔도 감사할 것 같아요. 이 십계명은 ‘못박기’의 역할이 뚜렷한 장치입니다. 이후 저희가 타협하거나 노선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미리서 준비하는 족쇄와도 같은 역할을 해주는 법률입니다. 이 십계명이 80년이 지나도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Q. ‘산만한시선’의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 어떤 감정을 전하고 싶으신가요?
노래로 전하는 감정들까지 설계하기에는 아직 저희의 역량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이건 슬픈노래야” 같은 접근은 차단하고 시작했어요. [산만한시선]에 담긴 음악들이 ‘완성된 감정’들을 전달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다만, 다양한 색과 모양을 가진 레고 블럭을 선물하는 마음으로 저희는 불렀습니다. 각자 가지고 있는 사건들과 감정들에 저희의 노래가 조금은 묻어서 나만의 것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것들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Q. 씬디매거진 구독자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인사 부탁드립니다.
정규 1집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년 중반 즈음으로 예상하고 있고, 아마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좀 더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것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1월 10 일에 저희가 무지 존경하는 씨 없는 수박 김대중 선생님과 함께 공연하게 되었어요. 많은 분들 오셔서 재밌게 즐겨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막 시작해서 어리버리한 저희를 알아봐주시고 궁금해해주신 씬디매거진 선생님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산만한시선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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