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음악이 되기를
전기뱀장어
안녕하세요, 씬디매거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먼저 씬디매거진 구독자분들께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전기뱀장어 황인경입니다. 추운 계절 따뜻하게 지내고 계시는지요?
밴드 전기뱀장어를 아직 잘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전기뱀장어가 어떤 음악을 하는 밴드인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릴게요.
2011년 첫 앨범을 낸 밴드 전기뱀장어는 일상적인 단어들을 쾌활한 리듬에 담아 들려드리고 있습니다. 활동 초기에는 라이브클럽 빵을 중심으로 활동했습니다. 현재 황인경의 1인 체제로 꾸려가고 있습니다.
사실 씬디매거진 인터뷰이 선정은 제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에디터가 커버 아티스트를 선정하고 리스트를 전달받아요. 이후에 프로필 사진을 먼저 보고 음악을 쭉 들어보거든요. 전기뱀장어의 노래도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들어봤는데, ‘거친 참치들’, ‘술래잡기’, ‘적도’ 등 제 취향의 곡이 정말 많더라고요. 전기뱀장어가 생각하는 가장 전뱀스러운 곡이 있다면 어떤 곡일지, 그 이유도 궁금해요.
개인적으로 3집 앨범 중 ‘자연사 박물관’을 꼽고 싶습니다. 멤버들의 탈퇴로 1인 밴드가 된 후로 발표하는 첫 앨범이라 전기뱀장어의 정수라고 느낄만한 곡을 꼭 넣고 싶었어요. 경쾌하고 적당한 재치가 묻어나는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달 12월 26일에는 단독 콘서트가 있었어요. 콘서트 타이틀이 참 귀여운데 <엣큥, 지각이다...! 콘서트>는 잘 마무리되셨나요? 어떤 콘서트였는지, 분위기는 어땠는지 궁금해요.
‘지각’도 괜찮은 그런 공연을 만들고 싶었어요. 애초에 공연장 대관도 성탄절보다 하루 늦은 날로 잡게 되었거든요. 늦잠 자서 무대에서 깨어나는 연출도 넣고, 공연에 늦은 관객들의 지각 사유서도 소개했습니다. 함께 웃으면서 한 해 동안 지각하지 않으려고 애썼던 긴장을 함께 풀 수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전기뱀장어의 앨범 소개 글을 읽어봤는데, 참 글을 맛있게 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조금 더 찾아보니, 모 사이트에서 시를 연재하고 계시더라고요. 동시에 국문과 전공인 것도 알게 됐고요. 혹시 시집을 낼 생각도 있으신지, 자작시 중에 정말 잘 쓴 것 같다 싶은 시는 어떤 시인지 궁금합니다.
생각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시집을 내는 일은 목표라기보다는 로망에 가깝습니다. 학창 시절에 시문학 동아리를 하던 시절부터 오랫동안 가져온 꿈입니다. 쑥스럽지만 온라인에 연재한 시 중 마음에 들어 하는 하나를 적어보겠습니다.
<그때 온 세상의 매미들이 동시에 울기 시작했다>
터져 나오듯 오열하듯
밤하늘을 엮었다가
흩어버리듯
입술만 달싹거리고 감춰버린
마음이 끓어오르듯
걷는 것도 잊고
숨 쉬는 것도 잊고
하루와 일 년과 온 생애를 관통해 온
슬픔을
긴 슬픔을
한 번의 비명처럼 내지를 것만 같던
그때 온 세상의 매미들이 동시에 울기 시작했다
처음 음악을 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부모님 혹은 주변에서 반대가 있었을 것 같아요. 특히 대중음악도 아니고 밴드 음악이면 당시에 인식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따로 있었나요?
군 전역 후 대학에서 함께 밴드 동아리를 하던 친구로부터 제안을 받게 되어 본격적인 밴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는 나이브한 생각을 늘 하고 살기 때문에 딱히 주변을 애써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날짜 기준으로 2024년이 일주일 정도 남았는데, 올해는 전뱀에게 어떤 한 해로 기억될까요?
친구가 많이 생긴 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전기뱀장어가 기획하는 합동 공연, 초청받은 공연 등을 통해 많은 음악 동료와 사귀게 되었고 그들과 기꺼이 친구가 되었습니다. 요즘 새로운 관객분들도 많이 찾아주셔서 새 친구가 잔뜩 생긴 기분입니다.
끝으로 2024년 씬디매거진의 마지막 인터뷰답게 구독자분들과 전기뱀장어 팬 여러분들께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리며, 2025년 전기뱀장어의 활동 계획이 있다면 함께 나눠주세요.
유난히 혼란한 연말을 우리는 함께 지나왔습니다. 개인적인, 또는 사회적인 이유로 마음이 힘들 때 저는 늘 음악에서 위로를 찾아냈던 것 같아요. 여러분도 그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2025년을 맞아 전기뱀장어는 한동안 앨범 작업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공연 횟수가 약간은 줄겠지만, 대신 온라인 콘텐츠로 자주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더 많이 서로를 안아줄 수 있는 일 년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셔요.
인터뷰 | 강민구 사진 | 김성훈 디자인 | 이나연
기획 | 패닉버튼 / 최찬영 에디터 | 이서인 발행 | 씬디라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