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음악엔 여러 문화요소 복합적으로 뒤섞여 있어’
꿈은 누구보다 크다고 자신하지만 환상을 싫어한다.
그냥 그때그때 내 상태에 맞는 꾸밈없는 가사를 사랑한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R&B는 버터 맛의 격전장이었다. 한국어 발음을 굴리려면 공항에서 막 짐을 내린 것처럼 굴려야했고, 너덧 개의 음표로 음절 하나를 치장해줘야 노래 좀 한다는 소릴 들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육교쯤에서 얼마 전 서사무엘을 마주친 것 같다. 그랬다면 싱어송라이터(띄어쓰기 삭제) 서사무엘은 대충 입은 트레이닝복에 빗질 안 한 머리칼을 바람에 날리며 서있었을 것이다. 그의 음악도, 패션도, 태도도 자연스러워서 떠올린 환상이다. 너무도 자연스러워 가끔은 조금 억지스러워 보일 정도이니까. 재즈적 화성 진행, 이따금 랩처럼 뱉는 각운, 기름기 쫙 뺀 R&B 멜로디…. 지난해 9월 낸 정규앨범 [UNITY]에서 서사무엘의 음악은 조금 낯설었다. 어쩌면 서사무엘의 캔버스에 더 이상 R&B라는 상표명은 없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소속사를 옮긴 서사무엘과 문답을 나눴다. 그의 답에는 자연스러운 자신감이 넘실댔다. 금목걸이만 철렁거리는 억지스러운 스웨그는 아니다. 낯선 화성 위에 앉은 담백한 멜로디처럼 서사무엘은 노래하듯 서있었다.
올해 들어 소속사를 옮겼다. 이유는?
환기와 새로운 목표가 필요했다. 정신이 바닥을 찍고 온 후 이제는 밝은 생각만 하고 싶다고 느끼던 시기였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사업체에 대한 고민이 생겼고 배울 곳이 필요했다. 회사를 옮길 때 제안이 많았다. 그 중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를 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배울 점이 많은 회사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만족할 수 는 없겠지만 이전에 소문으로 들어온, 그리고 몇 개월간 있어본 이 기획사는 직원의 복지는 물론이고 계약된 음악가들을 진심을 다해 도와줄 준비가 되어있는 단체이고, 무엇보다 회사에 소속된 모두가 회사에서 늘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본인의 일을 재미있게 해나가는 법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해 보는 것은 내 오랜 꿈이었다. 고민도 안하고 바로 함께하게 되었다.
가사의 소재나 표현법이 독특하다. 자신만의 작사 철학이 있다면? 요즘 좋아하는 책이 있나?
꿈은 누구보다 크다고 자신하지만 환상을 싫어한다. 그냥 그때그때 내 상태에 맞는 꾸밈없는 가사를 사랑한다. 내가 조금씩 내 목표에 다가설 때마다 변해가는 가사의 내용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문장을 구사하는 데에 있어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건 더 어릴 때의 이야기 인 것 같고 지금은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한 시기다. 겪어온 생활이 녹아있는 문장이 더 아름답다 생각한다. 그래서 최대한 많이 나가려고 한다.
재즈를 좋아하는 것으로 안다. 가장 오랫동안 좋아했던, 그리고 최근에 반한 재즈 음악가는?
떠오르는 뮤지션은 너무 많다. 나를 알아온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실용음악과에 들어갔다 자퇴를 했다. 내가 입학할 때는 재즈로 대학을 들어가야 했다. 누가 멋지고 누가 연주를 잘하고 누가 대가이고...재즈는 애증에 가까웠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들었을 때 자유로움과 인격이 공존하는 음악을 사랑한다. 입시를 준비하면서, 그리고 지금도 가장 빠져있는 연주자는 (피아니스트) 우에하라 히로미! 인격, 연주 그리고 그녀를 만든 역사 이렇게 3박이 합쳐져 스타연주자를 만들어낸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연주만으로 독보적인 뮤지션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테크니션이 많은 시대다. 그녀에 대한 역사를 훑어 본 뒤에 음악을 들어보면 좀 재미난 구석이 많다.
악기 연주에도 능한 것으로 안다. 가장 오랫동안 연주해온 악기는? 직접 연주하는 것이든 듣기를 즐기는 것이든 최근 가장 새롭게 빠져 있는 악기가 있다면?
악기는 음악을 오래 본다면 뗄 수 없는 조각이라 생각한다. 가장 오래 연주한 악기는 피아노. 그 외에는 각 악기의 이해를 위해 연습을 병행하고 있다. 작곡가로서 악기 특성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작곡가를 너무 많이 봐온 뒤 환멸이 심했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요즘은 직접 연주하는 것도 좋지만 합쳐진 상태의 조화를 상상하는 과정이 너무 즐겁다. 머릿속에서 혼자 풀 밴드로 연주를 30분하고 나면 공연 하나를 본 느낌이다.
다른 음악가들과 달리 지금, 그리고 아마도 앞으로도 음악적으로 서사무엘만이 가장 잘해낼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나? 그걸 꼽는 이유는?
이런저런 설명보다는 같이 늙어가면서 ‘음악을 저렇게 할 수 있구나.’ 라는 걸 천천히 보여줄 예정이다. 아웃풋은 나도 아직 알 수 없지만, 앞으로의 활동들에서 겪을 여러 시행착오들이 가감 없이 전달되면서 나만이 잘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청자들이 자연스레 알아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확실한 건 난 음악을 오래 할 거라는 것! 그리고 여러 문화와 음악이 한데 섞인 나 같은 혼종은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서사무엘's 띵곡
1) Hiromi - Time Control
2) 서사무엘 - 비가 그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