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히 오래 들을 수 있는 리얼 사운드 만드는 게 목표!'
매끈하고 날렵하다. 비트 위를 부드럽게 유영하는 진성과 가성, 적당한 공간감으로 리듬을 타고 넘는 기타…. 램씨의 음악 안에서 모든 목소리와 악기는 미니멀하지만 밀림처럼 꾸밈 없는 도시를 형성한다. 철저하게 계획된 신도시의 느낌이 아니다. 있어야 할 곳에 필요한 것만 배치한 듯 얄미우리만치 자연스럽다.
모던 록, R&B와 솔, 모던 포크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램씨의 음악에 특별한 경계 역시 없어 보인다. 어려서부터 드럼 스틱을 잡았다. 미국 버클리 음대에 진학한 뒤 사운드 엔지니어 쪽으로, 이내 다시 싱어송라이터로 삶의 방향타를 틀었다. 작사 작곡 편곡과 프로듀스는 물론이고 믹스와 마스터 능력까지 갖춘 멀티플레이어다.
2015년 데뷔한 그는 지금 이륙 중이다. 올해 CJ 문화재단의 인디 음악가 경연에서 경쟁자들을 제치고 ‘튠업’ 21기로 선정됐다. 이 다재다능한 음악가에게 ‘램씨’라는 독특한 이름의 유래부터 앞으로의 꿈까지를 물어봤다.
인터뷰: 임희윤|사진: 김태훈
Q. '램씨'라는 활동명이 인상적이에요. 어떤 느낌을 원해서 지은 건지 궁금해요. 본명(김하람)과 관계가 있겠죠? 영어로 'lamb'은 어린 양인데, 혹시 양을 좋아하기도 하나요?
어릴 적 친구들이랑 이름의 마지막 글자를 따서 뒤에 “씨”를 붙이곤 했어요. 본명 마지막 글자가 Lamb 이었다 보니 자연스레 “램씨램씨” 이렇게 부르기 시작한 게 입에 붙어서 활동명을 정해야 할 때 주저 없이 가장 좋고 익숙한 걸로 정했던 것 같아요.
Q. 원래 드러머 지망생이었다고 들었어요. 장기하도, 필 콜린스도 드러머였죠. 램씨의 경우, 드럼 연주를 했던 경험이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로서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좋은 점이든 아니든.
네 원래 전 버클리를 드럼을 전공하려고 갔어요. 그래서 정말 좋은 음악을 잘 연주하는 팝 드러머가 되고 싶었죠. 그런데 학교를 가고 나니 뮤직 프로덕션/사운드 엔지니어링 전공에 욕심이 났고, 이왕 돈 내는 거 아예 모르는 거 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바로 전공을 바꿨어요. 드러머이기 때문에 장점은 아무래도 노래를 쓸 때 그루브 있는 노래들을 비교적 쉽고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그 외에도 음악 속의 공백으로 이루어지는 그루브도 더 빨리 깨닫기도 하고요.
Q. 모던 포크, 록, R&B 등 다양한 장르를 곡마다 넘나드네요. 여러 장르를 좋아하겠지만 램씨의 영혼을 가장 뒤흔들어놨던 장르를 하나만 꼽는다면? 음악가의 길로 이끈 운명적인 곡이나 아티스트도 궁금해요.
그때그때마다 너무 다르긴 해요. 스스로 음악을 할 때 장르의 제한을 두진 않다 보니 영감받는 그 감정만 잘 드러나길 원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어떤 장르가 제 마음을 제일 움직인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근데 요즘엔 자기 음악을 본인스럽게 잘 하는 아티스트들이 제일 멋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Bruno Major, D’angelo, The 1975 등등이요!
Q. 'songs from a bed'라는 제목처럼 침대맡에 앉아 노래를 쓰는 경우가 혹시 많은지요. 노랫말이나 멜로디가 가장 많이 떠오르는 공간이나 장소가 있다면?
맞아요. 주로 침대나 소파 그리고 컴퓨터 앞에 의자에 앉아 곡을 써요! 그리고 쓰다 막히면 샤워를 합니다. 그럼 영감이 많이 떠오르더라고요.
Q. 'songs from a bed'에서 나일론 기타, 어쿠스틱 기타, 일렉트릭 기타를 두루 연주하는데요. 기타는 독학으로 익혔는지요. 기타는 어떤 종류를 몇 대나 가지고 있는지도 궁금해요.
기타는 독학으로 배운 것 맞아요. 사실은 기타를 제대로 시작한 지 3년 정도 된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 스스로의 공연을 꾸려야 한다는 생각에 연습을 많이 했고 지금도 매일 연습해요. 집에는 지금 딱 일렉 깁슨 335, 어쿠스틱 마틴 EC00028, 그리고 일제 빈티지 나일론 기타 총 3대가 있습니다.
Q. 'songs from a bed'라는 제목에서 베드룸 팝이 연상되기도 하는데요. 램씨가 추구하는 장르는 무엇인가요. 베드룸 팝은 컴퓨터 한 대로 만드는 경우도 많은데 램씨는 여러 리얼 악기 편성을 즐기는 것 같아요. 컴퓨터 음악과 리얼 연주의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본인의 음악 제작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두 가지를 활용하는지도 궁금해요.
제가 스스로 듣기 좋아하는 음악을 한다면 장르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제 전공 자체가 리얼 사운드를 다루는 것이다 보니 조금 더 아날로그 한 소리들을 좋아하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듣고 있으면 뭔가 마음이 편해지고 오래 들을 수 있더라고요. 저의 음악적인 최종 목표 중 '사람들이 듣고 제 음악을 오래오래 들어줬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있어서인지 최대한 센 소리 나 자극적인 요소들을 많이 빼는 것 같아요. 근데 요즘엔 더 마음이 열려서(?) 다양한 악기 구성과 사운드를 만들어보고 있습니다.
Q. 요즘 가장 빠져있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앨범이나 노래도 좋습니다.
저는 송라이터는 꼭 Bruno Major의 ‘Songs for every moon’을 추천합니다. 가사와 멜로디 그리고 음악적인 요소들을 모두 갖춘 아티스트인 것 같습니다.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걸 추천합니다.
Q. 음악가로서 램씨의 목표와 꿈은 무엇인가요.
저는 대단한 목표가 있다기보단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오래오래 꾸준히 늘 발전하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듣는 사람들에게 늘 좋은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로 남고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고 추천하는 제 곡은 '기도'입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 듣고 위로받으셨습으면 좋겠습니다!
2) LANY┃if this is the last time
두 번째로 제가 추천하는 노래는 LANY의 if this is the last time이라는 곡입니다! 제가 요즘 정말 많이 빠져있는 곡이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