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산책의 첫번째 트랙 >
황푸하, 공간초월 (空間超越)
가을 하늘이 푸르다. 여름에 비해 아침, 저녁의 차가워진 공기마저도 짙고 푸르다. 유리멘탈이 지탱되지 않는 평일 점심 시간에 산책을 나서기 딱 적합한 날씨다. 회사 건물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가로수길은 학창 시절 수업 시간에 몰래 쪽지를 주고 받던, 잊고 지낸 그 시절 친구처럼 반갑다.
‘공간초월’, 이 노래는 가을에 열리는 수채화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아도 누구든 끄덕일 법한 맑은 수채화를 닮았다. 산책으로 향하는 시점, 잿빛 빌딩 1층 문 밖으로 나서서 진짜 나무들을 만나러 향할 때,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숲길에서 이 노래와 함께하다 보면 마음 속에서 한껏 부유하던 이야기들이 저마다 자리를 찾아 고요하게 가라앉는다.
가사 속 영원하지 않고 잡을 수 없는 것들처럼 이번 가을도 짧고 겨울이 훌쩍 오면 이 푸르름도 지나갈 것이다. 노래를 재생하는 3분 14초 동안만은 내가 그러했듯 당신이 지니고 있던 걱정들을 내려놓을 수 있기를.
By. ’ 하이, ‘㈜플럭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