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근."
이름 세 글자만 보면 남성인지 여성인지, 가수인지 어제 만난 은행원인지 아리송할 수도 있겠다. 아직 그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하지만 백예린, 선우정아, 아이유 등 음색과 음악성을 모두 갖춘 여성 싱어송라이터를 사랑한다면 이제 저 이름 세 글자를 가슴에 새겨둬야겠다.
‘K팝스타’ 시즌2(2012년~2013년)에 출연해 먼저 이름을 알렸다. 그 뒤로 솔로 활동과 ‘최예근 밴드’ 활동을 통해 R&B, 록, 시티팝의 경계를 부지런히 오가며 웰메이드 팝을 만들어왔다. 매끈한 음색, 물 흐르듯 유려하고 때로 불처럼 폭발하는 절창에 아이디어 넘치는 작사와 작곡 능력을 겸비했다. 솔(soul)이 기반이지만 어떤 장르든 최예근식으로 돌파해 최예근 노래로 만들 준비가 돼있다.
코로나19로 문화계가 정지한 올해, 최예근은 첫 정규앨범을 냈고 부지런히 은은하게 빛을 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 임희윤 기자|사진: 김태훈
Q. 2020년은 코로나19가 삼켜버린 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최예근에게 2020년은 어떤 해였나요. 어떻게 지냈어요?
올해는 어려움 속에서도 감사가 끊이지 않는 해였습니다. 8년 차 ‘빵집 가수’였던 제가 드디어 정규 앨범[갈 곳을 잃어도 어디든 흘러갈 수 있게]를 발매한 해였고, 한국 콘텐츠 진흥원 MUSE ON 아티스트로 선정되어, 혼자로서는 상상도 못할 언택트 공연과, 고퀄리티의 콘텐츠들로 팬분들과 인사드릴 수 있었고, 방송을 통해서도 멋진 무대 기회가 많았고, 부족하지만 2020년 한류문화대상 차세대 한류 스타상도 받았답니다!
Q. 요즘에는 감각적인 예명을 쓰는 음악가가 많은데요. 최예근은 본명이죠? 본명 사용을 고집하는 이유가 혹시 있을까요. '최예근' 세 글자가 본인에게 주는 어감이나 의미는 어떤가요.
제 이름은 최예근, ‘예수님을 근본으로 두고 사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졌어요. 예명을 쓰지 않게 된 건 아마도 타이밍을 놓친 게 제일 큰 것 같아요. 어릴 적 아무것도 모르고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갔고,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로 저의 음악과 이름이 세상에 알려졌잖아요. 만약 그때부터 예명을 썼다면 지금도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지 않을까요? 언젠가 예명을 쓰게 돼도 좋을 것 같아요.
Q. 2012년 K팝 스타 시즌2에 출연해 처음 대중에게 존재를 알렸어요. 그때의 영상을 다시 보거나 그 무렵을 다시 떠올려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혹시 후회나 미련이 남지는 않나요. 아니면 귀엽다?
그렇진 않고요. 후회하는 게 있다면, 그때 즐겨 둘걸 하는 생각이에요.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거든요. 저는 그때의 예근이를 부러워하고 자랑스러워해요.
Q. 여러 노래에서 밤잠을 설치는 상황이나 심리를 표현한 것이 눈에 띄어요. 혹시 불면증을 갖고 있나요. 최예근 씨에게, 최예근 씨의 음악에 밤의 존재는 어떤 의미인가요? 낮이 좋아요, 밤이 좋아요?
저는 잘 잡니다. 낮과 밤 둘 다 너무 좋아요. 낮은 생명력 있는 활기와 들뜸이지만 밤은 몽롱한 발랄함이랄까요.
Q. 작사, 작곡, 편곡, 가창에 모두 능하잖아요. 만약에 저 네 가지 능력 중 딱 하나만 출중할 수 있다는 (잔인한) 신의 법칙이 생긴다면 뭘 택하고 싶은가요? 이유는?
너무 어렵지만 0.01%차이로 가창을 선택할래요.. 왜냐면 또 다른 누군가가 되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데, 그걸 가장 가까이서 느끼는 건 가창자거든요.
Alicia keys .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는 사람으로 나를 발전시킨 첫 발원지가 아닌가 싶어요.
Q. 요즘 푹 빠져있는 음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장르도 좋고 아티스트도 좋고 앨범도 좋고 노래도 좋습니다.
Phony PPL의 'Yesterday's Tomorrow' 앨범이에요. 이동할 때나, 일을 마치고 정리할 때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흥도 납니다. 앨범 전체를 한꺼번에 들을 때 비로소 빛을 내는 것 같아요.
Q. 2021년의 계획이 궁금해요. 음악가로서 장기적인 목표와 꿈도 이야기해 주세요.
꾸준히 누군가의 이야기를 음악에 담고 싶어요. 처음 먹었던 마음이 변질되지 않도록, 소중한 것을 잃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최예근's 덕밍아웃
최근에 보드게임을 너무 너무 좋아하게 되었어요. 달무티, 루미큐브, 다빈치 코드, 부루마블, 시퀀스 등등 상상만 해도 행복하지만 오늘은 특히, ‘한밤의 늑대인간’이라는 게임이 생각나네요! 역할 카드를 뽑고, 모두가 잠든(눈을 감은) 동안 각자의 행동을 취한 뒤 늑대인간을 유추해서 잡아내는 게임이에요. 처음에는 거짓말을 해야 해서 땀이 줄줄 났는데, 하다 보니 요령이 생겨서 이젠 진짜 자신 있어요 (!) (중요) 타짜 OST 중 ‘고니 테마곡1’을 틀어 놓고 게임을 하면 심장이 벌렁벌렁 재미가 두배가 된답니다!
*최예근's 띵곡
1) Sigrid - High Five (Official Video)
키치한 멜로디와 의구심을 품은 가사, 완벽한 브릿지 터닝포인트까지, 듣자마자 기분 좋게 하는 노래였어요
2) All the stars - kendrick lamar, SZA
SZA의 그루브와 뉘앙스에 반한 곡. 듣다 보니 귀에 들리는 가사가 있어 찾아봤는데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그게 진정 네가 원하던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가사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