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행복하게 인생을 노래하고 싶어요."
인터뷰: 임희윤 ㅣ 사진: 김태훈
Q. 신곡 '빛나는 문을 두드린 그대에게'는 병환으로 돌아가신 아버님께 바치는 노래죠? 근래에 돌아가셨는지요. 부친께서는 어떤 분이셨는지, 윤딴딴 씨에게는 어떤 존재였는지 궁금합니다.
2년 동안 폐암으로 고생하시다 2019년 9월에 천국으로 가셨습니다. 질문을 보고 어떻게 적을까 고민을 해보았지만 부모의 존재를 글로 표현할 엄두가 안 나네요. 딱 아버지라는 한 단어가 가장 맞는 답일 것 같습니다. 그는 저의 아버지였습니다.
Q. 미니앨범 <여전히 행복했으면>은 아버님과 어린 시절에 대한 노래들로 채워진 것 같은데 맞는지요. 인털루드도 담고 있는 이번 앨범의 콘셉트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2020년 초부터 아버지를 위한 앨범을 만들어야겠다 마음을 먹고 앨범 작업을 시작했어요. 그가 남겨준 소중한 추억과 인생의 지혜, 따뜻한 가치관들을 음악으로 남기고 싶었어요. 사실 이건 좀 거창한 표현이고, 그저 그가 떠난 이곳에서 그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한 소절, 한 소절 적다 보니 이런 앨범이 나오게 되었네요. 이 앨범의 타이틀곡이 ‘여전히 행복했으면’인데 이 노래는 2016년에 제가 썼던 일기를 노래로 옮긴 거예요. 이 노래는 앨범의 다른 트랙들보다 확연히 다른 색을 띄는데, 다른 트랙들은 ‘그리운 마음’ 을 노래로 담은 반면, 이 트랙은 ‘당신을 떠나보낸 나의 다짐’이에요. 이렇게 지난날들의 소중함과 다가올 날을 향한 다짐들을 모아 인생 같은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인털루드 트랙은 그때 일기장에 ‘여전히 행복하고 싶다.’며 일기를 적던 저의 모습을 소리로 재연해보았어요.
Q. <덥딴>, <신혼일기>, <자취방에서> 등 그동안 하나의 앨범을 하나의 주제로 끌고 가는 작업이 많았던 것 같아요. 앨범이라는 매체에 대해 이런 식의 방법론으로 임하게 된 동기나 이유가 있을까요?
싱어송라이터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늘 “인생을 노래하고 싶다”고 얘기하는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분명히 노래하기 위해선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대한 저의 생각을 음악으로 남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앨범 단위로 음악을 듣는 걸 선호하는데 앨범은 음악가가 자신의 흔적을 남길 수 있는 가장 큰 방법이에요. 그 흔적을 남기는 데 있어서 제 음악을 듣는 분들로 하여금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확실하게 전달됐으면 하는 마음에 이런 식의 작업방법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Q. 늘 솔직하고 담백한 가사가 인상적이에요. 작사는 어떤 식으로 하나요. 메모광이라든가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쓴다든가, 비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작사 철학도요.
특별히 책을 많이 읽는다거나 일기를 많이 쓴다거나 하진 않아요. 그렇다고 말을 막 잘하는 것도 아니고요(웃음). 제가 봤을 때 제 노래는 어느 한 부분의 가사가 특출나거나 하진 않는 것 같아요. 대신 작사할 때 늘 진심을 거짓 없이 적으려 하는데, 노래에 귀를 기울이면 그 진심이 전해져서 위로가 되지 않나 싶어요. 투박하지만 진심으로 전하는 사랑 고백이 오래오래 가슴 안에 남는 것처럼요.
Q. 일전에 제이슨 므라즈가 롤모델이라고 했던 것을 본 기억이 나요. 아직도 므라즈를 많이 좋아하나요? 혹시 윤딴딴 씨에게 새로 생긴 음악 영웅이 잇다면요?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세 아티스트가 있어요. 제이슨 므라즈, 김동률 선배님, 박효신 선배님인데 그건 아직도 변함이 없어요. 새로 생긴 영웅은 딱히 없고, 대신 영웅이라기보단 모든 선후배 아티스트 분들께서 배울 점을 찾으려고 해요. 그들의 공연을 보고 그들이 가진 장점과 제가 개선하고 발전시켜야 할 부분들을 늘 배우려고 해요.
Q. 2020년은 코로나19로 많은 이들이 힘든 한 해를 보냈어요. 윤딴딴 씨의 한 해는 어땠나요?
참 매력적인 한해였어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환경에 장기 프로젝트는 매번 수정 회의를 해야 했고, 새로 만들 콘텐츠의 방향도 이전과 달라졌었죠. 그렇다고 골치만 아픈 한해는 아니었어요. 너무 쉼 없이 달려와서 좀 쉬고 싶었는데, 소중한 사람들과 좋은 시간도 많이 보내고 작곡도 많이 하고 노래 연습도 하면서 음악에 더 집중할 수 있었죠. 추억이었고 재밌었어요. 인터뷰어님의 한해는 어땠나요?
Q. '윤딴딴'이라는 예명이 독특해요. 이미 아는 분도 있겠지만 작명 배경을 알려주세요. 데뷔 후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윤딴딴'이라는 이름에 새로 부여하게 된 의미나 이미지도 있다면 알려주세요.
고등학생 때 여러 사이트 가입할 때마다 적던 닉네임이에요. 고3 때 반에서 저만 예체능이어서 담임 선생님이 장난삼아 딴따라라고 놀리셨었어요. 그 장난에서 착안해 ‘윤딴딴’이라는 이름을 지어봤는데 잘 잊혀지지도 않고 독특한 매력이 있어서 계속 쓰게 됐어요. 새로 부여한 의미보다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은 뮤지션 ‘윤딴딴’은 인간 ‘윤종훈’의 가장 깊은 부분을 드러내는 통로 같아요. 때론 친구나 가족에게도 말하기 애매한 그런 마음들을 윤딴딴의 노래로 드러내는 것 같아요.
Q. 2021년의 계획, 그리고 음악가로서 인간으로서 장기적인 목표나 꿈이 있다면요?
늘 그랬듯이 주어진 환경 속에서 할 수 있는 걸 즐겁게 열심히 하려고요.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그렇게 행복하게 음악하고 싶어요. 언젠가 이 생이 끝날 때까지 그렇게 살다 가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윤딴딴's 덕밍아웃
축구를 참 좋아해요! 축구 하는 것도 좋아하고 보는 것도 좋아하고 게임으로 하는 것도 좋아해요! 몇 년 동안 거의 유일한 취미라고 할 수 있어요.
축구는 군대 제대하고 나서 10년 가까이 친구들과 꾸준히 하고 있고, 2018년엔 ‘메시 보기’라는 단 하나의 목표로 스페인 여행을 다녀왔어요. 지금 생각해도 아름다운 추억이네요!
또 이 모든 걸 늘 같이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친한 인디 아티스트 ‘오추프로젝트’의 ‘택우’형과 13년지기 친구 ‘김효석’ 군이에요(TMI) 저희는 매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같이 보는 관례가 있고 또 한 달에 한 번씩 저희 집에서 자면서 피파게임 투나잇을 해요(TMI2)ㅋㅋ
*윤딴딴's 띵곡
1) 윤딴딴 - 여전히 행복했으면
제가 죽고 단 한 곡만 남길 수 있다면 이 노래를 남기고 싶어요.
2) 경제환 – 니가 돌아올 희망은 없다는 걸 알아
매력 있는 노래라 요새 즐겨 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