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가득한 밴드의 합으로 빚어낸
사랑스러운 [Beloved]
소란은 밴드라면 좀 시끄러울 각오를 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소란스럽지 않게 깨버린다. 와장창 대신 폭 하는 소리와 함께. 21세기 한국 인디 신을 수놓은 어쿠스틱 팝의 달콤함과 상쾌함을 한쪽 저울에 놓고, 악기 파트간의 치열하고 재미난 섹션 연주를 다른 쪽 저울에 놓은 뒤 묘기처럼 수평을 맞춰버린다.
‘너를 공부해’ ‘나만 알고 싶다’ ‘미쳤나봐’ ‘Perfect Day’ ‘리코타 치즈 샐러드’…. 귀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단번에 고막에 안착하는 이율배반적 매끈함을 자랑하는 소란이 미니앨범 ‘Beloved’로 돌아왔다.
보급형 유재석(?)쯤 되는 프런트맨 고영배의 입담은 소란이 지은 매력 빙산의 일각. 방탄소년단의 여러 히트곡에 연주를 보탠 기타리스트 이태욱도 있다. 베이시스트 서면호, 드러머 편유일의 얄미울 정도로 탄력 넘치는 리듬까지가 합쳐져야 비로소 독특한 소란스러움이 완성된다. 말 그대로 사랑스러운 ‘Beloved’와 소란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 임희윤 ㅣ 사진: 스튜디오빌리빈 - 지운 ㅣ 편집: 허소연
Q. 코로나19로 대중음악계가 예년보다 조용합니다. 소란은 지난 1년여 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혹시 음악 외에 새로 생긴 취미가 있다면요?
영배 취미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8살, 3살 두 딸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습니다. 저희도 공연을 하고, 아이들도 마스크 없이 밖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될 날들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면호 얼마 전부터 웨이트에 흥미가 생겨서 헬스장에 다녔었는데 요즘 시기상 아무래도 집에서 하는 게 안전할 것 같아서 홈짐을 만들어서 프리웨이트 위주로 운동하고 있습니다.
유일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컴퓨터로 영상 편집을 공부하는 취미가 생겼습니다.
태욱 평소 음악이나 기타 외에 관심 갖던 일들이 거의 없었던 편이어서 그동안 사용해 보지 못했던 악기들이나 관련 장비들을 많이 찾아보고 구입해서 연구했습니다!
Q. 새 앨범 'Beloved' 잘 들었어요. 이번 음반을 관통하는 주제는 무엇인가요. 음악적 방향도 궁금합니다.
영배 “이 앨범을 듣는 바로 당신이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것,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3곡 안에 다양한 사랑을 담았는데 짝사랑,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사랑, 사랑하는 사람과의 특별한 순간들을 다른 스타일에 음악들로 표현했습니다. 소란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자연스럽고 정성 가득한 노래, 연주, 사운드가 이번 앨범의 자랑입니다.
Q. 두 번째 곡 '속삭여줘 (DANG!)'에는 유튜브 스타 몽자가 참여했어요. 어떻게 해서 협업을 하게 됐나요. 작업 에피소드도 궁금합니다. 혹시 소란 멤버들도 반려동물을 기르시나요?
영배 제가 작업 기간 중에 ‘속삭이는 몽자’ 채널에 입덕을 해서 영상을 다 보고 다른 반려동물 채널들도 아주 많이 즐겨 보게 되었어요. ‘속삭여줘’라는 노래를 만들다가 그 사랑을 가사로 다루고 싶어졌고, 다 만들고 나서 조심스럽게 몽자의 가족분들께 노래를 보내드리며 DM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노래를 마음에 들어 해 주시고 흔쾌히 함께해 주시겠다고 하셔서 직접 짖는 소리도 보내주시고, 뮤직비디오도 만들어 주셨습니다. 몽자의 짖는 소리와 사료 먹는 소리들로 이 곡이 완성이 되었습니다.
면호 저는 포키라는 슈나우저 남자아이를 기르고 있습니다.
Q. 데뷔한 지 11년 정도 됐죠? 멤버 교체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아요. 요즘 밴드 음악보다는 개인이 만드는 컴퓨터 음악이 많아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밴드로서 소란을 오랜 세월 단단하게 만드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영배 장단점이 점점 분명해지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컴퓨터로 음악을 만든다는 것이 혼자 모든걸 한다는 의미로 통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컴퓨터로 만드는 음악들도 많은 경우에 팀 단위로 작업이 이루어지기도 하거든요. 저는 어떤 의미에서 그것도 일종의 밴드라고 생각해요. 오랜 기간 숙련을 해야만 하는 어쿠스틱 악기는 여러모로 준비나 과정이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저희 같은 밴드의 유니크함이기도 하고 유행과 상관없이 사라지지 않을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밴드를 단단하게 만드는 건 거의 대부분 팬분들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치거나 길을 잃어도 팬분들의 환호화 함께 노래해 주는 목소리가 저희를 단단하게 합니다.
유일 어떠한 부분이든 유행이나 흐름이 있는 것처럼 컴퓨터 음악이 주를 이루게 된 것도 현대 기술이 주는 편리함이기에 반갑게 생각합니다. 저희 또한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말씀하신 컴퓨터음악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밴드로 오랜 세월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건 소란을 좋아해 주시는 팬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Q. 소란의 음악을 얼핏 들으면 대단히 캐치하고 대중적이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탄탄한 연주력과 호흡이 느껴져요. 토토나 시카고처럼요. 연주력이 뛰어난 분들이라 파트별로 돋보이고 싶은 욕심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누르는지, 역으로 보면 (베드룸 팝이 가능한 시대에도) 팝을 표방하면서 밴드 편성을 고집하는 것은 왜인지 궁금해요.
영배 늘 저희가 목표하는 모습이라서 그렇게 보였다면 너무 큰 칭찬입니다. 감사합니다. 어떤 장르이건 간에 밴드만이 가질 수 있는 라이브의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주의 테크닉이 돋보이지 않더라도 라이브에서의 밴드의 합을 느끼시는 분들은 꼭 공연을 찾아주시더라고요. 실제로 저희 팀의 가장 큰 힘은 공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면호 저 같은 경우에는 커다란 밴드 사운드 내에서 묵직하게 리듬을 깔아가며 합이 맞아가는 그 느낌을 좋아합니다. 밴드만이 들려줄 수 있는 생음악 특유의 하모니에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유일 연주 실력은 그걸 필요로 하는 음악을 만들고 연주해야 할 때 적합하게 보여드리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소란의 음악도 기술적으로 다소 높은 연주력을 선보여야 할 때가 있고 또 때론 매우 심플하게 처리해야 할 때가 있어 그 상황에 맞게 연주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태욱 간단한 연주여도 음악에 어울리게 연주하는 것을 더 신경 써서 연주해서 튀고 싶은 욕심을 누를 틈이 없는 것 같아요! 밴드 편성의 특별한 점은 멤버들 간의 합에서 나오는 특유의 시너지가 무대 전체를 감았을 때 밴드의 매력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Q. 지금 소란의 롤모델은 누구, 또는 어떤 밴드인가요? 우상과 별개로 요즘 들어 새롭게 꽂혀 있는 음악가나 장르도 궁금해요.
영배 제 롤모델은 언제나 유희열, 유재석 형님들입니다. 최근에 매드몬스터분들 음악 너무 좋더라구요. 리스펙.
면호 요즘 운전하는 시간이 많아서 운전하면서 옛날 80-90년대 가요나 시티팝을 많이 들어요
태욱 최근 유행하는 장르를 찾아 듣고 있어서, 힙합이나 로우파이한 음악들, 베드룸 팝들을 많이 듣고있습니다.
Q. 어려운 시국에 대중음악 콘서트가 잘 열리지 못하고 종사자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죠. 동료 음악가들에게, 또 음악을 사랑하는 다른 분들에게 전하고픈 말씀이 있을까요?
영배 이 모든 어려움이 지나가고 모두 모여서 음악과 공연의 기쁨을 마음껏 나누고 싶어요. 그때까지 모두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우리 팬 여러분들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기다린 만큼 더 근사한 콘서트를 준비하겠습니다.
면호 일단 건강이 우선입니다.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조금만 더 인내하고 다 같이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유일 지금 이 힘든 시기가 하루빨리 호전되어 음악을 하시는 분들 또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이 당당하게 함께 마주할 날이 오길 소망합니다. 모두 건강 잘 챙기시고 힘내세요!
태욱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다들 잘 견뎌서 곧 무대에서 다시 만나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까지 우리 모두 건강합시다!
Q. 소란의 올해, 내년 계획이 궁금합니다. 장기적으로 소란의 목표와 꿈도요. 코로나19가 끝난다면 꼭 서보고 싶은 무대, 해보고 싶은 공연 형식도 궁금해요.
영배 우선 새 앨범이 나왔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든 들려드릴 수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고요. 저희의 목표와 꿈은 언제나 오랫동안 건강하고 행복하게 음악을 만들고 공연을 하는 것입니다. 이 상황이 끝나면 올림픽 공원 잔디마당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무대에 서고 싶네요. 그리고 언제나 너무 많은 도움을 주지만 열받게 만드는 제 친구 10cm와의 조인트 콘서트를 하고 싶습니다.
면호 일단 저희는 비대면 공연이나 제한적 대면 공연, 방송, 라디오에서 여러분께 찾아뵐 것 같습니다. 아니면 소란 자체 콘텐츠로 종종 인사드리겠습니다.
유일 직접적으로 관객분들과 마주하기 어려운 시기이기에 온라인 공연이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을 회의 및 계획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무대라고 하더라도 가리지 않고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연주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