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성숙한 어쿠스틱 솔 (soul)장착한 싱어송라이터 모트
싱어송라이터 모트는 앞으로 나아간다. 어쿠스틱 팝을 잘 다루던 귀엽고 재능 많은 신인의 모습은 그저 앳된 얼굴과 목소리에 어리는 그림자일 뿐. 이제 성숙한 어쿠스틱 솔(soul)을 장착한 EP ‘소중함에 대하여’(5월 27일 발매)를 내놓은 모트의 음악에 조금 더 섬세하게 귀를 기울여볼 때다.
조용하고 푸른 새벽처럼 은은하지만 분명한 색깔로 앨범을 여는 뜻밖의 연주곡 ‘Dawn’를 서곡 삼아 모트는 하루처럼 활짝 새 앨범을 연다. 폭신한 솜사탕을 조금씩 뜯어 던지듯 한 음 한 음 꼭꼭 씹어 내는 특유의 가창은 이번에도 명징한 전달력과 미묘한 뉘앙스를 품고 악곡 위에 사뿐히 흩어져 내려앉는다.
밤의 산책에 어울리는 템포로 모트는 고전적 팝의 친숙함에 동시대의 세련됨을 한 스푼 뚝딱 얹어 노래한다. 우리를 둘러싼 작은 소중함들에 대하여. 모트에게 몇 가지 물었다. 모트는 이번에도 똑 부러지게 답하면서도 하고픈 말은 반드시 담았다.
글 - 임희윤 ㅣ사진 - 스튜디오 빌리빈, 지운ㅣ편집 - 오상훈
Q 2년 만에 다시 뵙네요. 어떻게 지냈어요?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죠? 코로나19로 세계인의 일상이 바뀌었는데 모트의 일상은 어떻게 바뀌었나요. 음악가로서 모트의 작업 방식이나 창작 패턴에도 혹시 영향을 줬나요?
모트 : 안녕하세요! 저는 모트다, 모트! 모트입니다.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처음 코로나19와 관련된 뉴스를 접했을 땐 금방 지나갈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작업실에 있던 물건들도 전부 빼서 집에다 뒀어요. 회의도 화상으로 진행하고요. 모두가 처음 겪는 상황이고 벌써 올 상반기까지 잡아 먹혔으니 모두들 지쳐 계실 것 같아요. 종일 마스크를 끼고 불안해해야 하는 하루들이 현실이 아니었으면 하고 눈을 감기 전까지 생각해요. 그래서 더 위로가 되는 곡들을 들려 드리고 싶어 EP '소중함에 대하여' 로 찾아 뵙게 됐습니다.
Q 5월에 낸 EP ‘소중함에 대하여’ 잘 들었어요. 첫 곡 ‘Dawn’이 의외로 클래시컬한 연주곡으로 시작돼서 신선했어요. 모트 씨의 허밍이 들어간 것도 특이했고요. 가사가 없는 인트로격 곡을 만들게 된 배경, 그리고 작업 과정이 궁금해요.
모트 : 이 앨범의 선공개 곡인 '산책' 을 쓰기 시작했을 때 함께 한 프로듀서 Yiry-on(이리온) 님께서 '편안함' 이라는 단어를 던져주셨어요. 그리고 편안함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아, 나는 소중한 것들과 함께 있을 때 편안해지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어요.
새벽도 소중해요. 새벽은 비로소 모든 것들이 조용해지고 온전히 저만의 시간이 되어 주거든요. 앨범에 수록된 곡들의 순서도 'Dawn' 을 시작으로 시간대별로 이루어져 있어요. 마지막 곡인 '모닥불' 을 끝으로 다시 새벽이 찾아오지요. 하나의 책 같은 앨범을 만들고 싶어했던 꿈이 이뤄진 것 같아요.
Q. 그동안 여러 드라마의 OST에 참여했어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모트와 가창자로서의 모트, 어떻게 다른 사람인가요? 직접 참여한 작품 말고 평소에 재밌게 본 드라마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어떤 장르를 가장 좋아하시는지도요. 드라마를 보다 영감을 받아 쓴 곡도 혹시 있나요?
모트 :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모트는 저의 일기를 읽어주고, 가창자로서의 모트는 남의 일기를 제 목소리로 읽어줘요. 그러다 보니 가창자로서의 모트는 다양한 표정들을 보여줄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저의 가사가 아닌 다른 가사들을 읽을 땐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 늘 새로워요.
저에게 또 다른 삶을 접할 수 있게 해 주는 귀중한 경험이 돼요.
최근엔 '오월의 청춘' 이라는 드라마를 정말 감명 깊게 봤어요. 드라마는 회차가 많아서 진득이 앉아 보지 못 하는 성격인데도 온 신경을 집중해 보게 될 정도로 너무 좋았어요. 그 외에도 '라이프 온 마스' 등 아, 지금 생각해 보니까 저는 시대물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드라마는 아니지만 예전엔 '심슨' 이라는 만화에서 어두운 숲 속에 들어간 에피소드를 보고 '어둠이 흐르는 숲에서' 라는 곡을 썼었어요. 왠지 숲이 외로운 마음에 사람들을 불러 모은 것처럼 느껴졌었나 봐요.
Q EP ‘소중함에 대하여’는 사랑에 관한 콘셉트 앨범 같은 느낌도 들어요. 혹시 맞나요? 마지막 곡 전까지는 좋아하는 사람 주위를 맴도는 스토리를 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실제로 모트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요. 직진? 맴돌기?
모트 : 맞아요! 사랑하는 마음은 소중한 물건에게도 나눠 줄 수 있고 반려견, 사람 모두에게 줄 수 있어요. 실제로 모든 곡들이 그렇게 소중함을 느끼며 써 내려 간 곡들이기도 하고요.
저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직진하는 편이에요.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밀고 당기는 것 없이 제 마음을 확실히 보여줘요. 지금을 놓치면 왠지 안 될 것 같아서 그러는 것 같아요. 여러분들도 마음 속에 맴도는 상대에게 작은 말이라도 던져 보시길!
Q ‘논알콜’이란 곡의 가사가 재밌네요. 어디에서 영감을 받아 쓴 곡이에요? 요즘 안 그래도 무알코올 맥주가 인기 있더라고요. 모트가 가장 좋아하는 술, 그리고 주량도 궁금해요. 술김에 쓴 노래도 혹시 있나요?
모트 : 소수의 친구들과 노는 걸 좋아해요. 저랑 친구 하나, 또는 둘 정도요. 그런 자리에서 술을 마시다 떠오른 생각이 있어요. 술을 못 마시는 친구가 이 자리에 억지로 있는 건 아닐까, 재밌게 즐기고 있긴 한 걸까. 이런 생각들로 곡을 쓰기 시작했어요. 어쨌든 이렇게 마음을 쓰는 일도 사랑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니 사랑에 관련된 내용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 같아요.
후렴구의 라임은 제 앨범에 피아노로 참여한 '이규림' 님께서 많은 아이디어를 주셨어요.
덕분에 무대할 때 더 신나게 부를 수 있게 됐어요!
저는 '빅웨이브' 라는 맥주를 가장 좋아해요. 맥주 외에는 냄새만 맡아도 속이 울렁거리는데 맥주는 마셔도 마셔도 너무 맛있어요. 그렇다고 아주 잘 마시는 편은 아니고 컨디션이 좋은 날엔 500으로 네 캔 정도 마시는 것 같아요. 사실 주량을 정확히는 잘 모르겠어요. 술김에 쓴 노래는 아직까진 없는 것 같아요. 오늘 한 번 시도해볼까요?
Q 차분한 ‘화분’도 인상적이었어요. ‘산책’과 함께 어쿠스틱 소울의 느낌이 아주 매력적이에요. 요즘 식물 키우기에 빠진 분도 많던데, 혹시 모트도 식물을 기르나요? 가장 좋아하는 식물이 있다면? 그 이유는?
모트 : '화분'은 사랑스러운 저의 조카를 떠올리며 쓴 곡이에요. 조카가 지금 5살인데 너무 어릴 적이라 그런지 저는 그때 기억이 짙게 남아 있진 않거든요. 저처럼 조카도 지금의 기억들을 모두 잃어버릴지라도 살아가면서 문득문득 피어나는 행복감은 온전히 자기 것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제가 주는 사랑도 그 밑거름이 되어 줬으면 하고요.
오안님과 '오안과 편견 #1' 앨범을 만들 때 영상 촬영을 도와주신 분께서 선인장을 선물로 주셨어요. 그 선인장은 제 품에 들어와 '선돌이' 라는 이름을 갖게 됐고 아직까지 잘 지내고 있어요! 벌써 저랑 이사를 세 번이나 다녔지만 잘 버텨줘서 고마워요.
선돌이도 좋지만 저는 노란 꽃들을 좋아해요. 이름은 잘 모르지만 길가에 노란 꽃이 있으면 멈춰 서서 사진을 찍곤 해요. 저는 노란색을 어마어마하게 좋아하거든요!
Q 모트의 음악에서 위로를 받는다는 분들이 많아요. 편안한 정서, 귀여운 느낌 때문일까요. 혹시 모트를 좋아하는 분들도 모르는 모트의 전혀 다른 면, 그러니까 이런 음악도 할 수 있다! 즐겨 듣는다? 더 나아가 하고 싶다! 이런 게 있다면 살짝 알려주세요.
모트 : 저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큰 힘을 얻어요. 어쩌면 이제껏 내가 듣고 싶었던 말들을 가사로 적어 내려 간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종종 하는데 저의 이야기로 다른 분들도 위로를 받는다니 저는 든든하기까지 해요.
저는 앞으로 무대를 정말 잘 해내고 싶어요. 사람들이 제 공연을 보고 돌아가 잠을 청할 때 머리 위로 제 무대가 둥둥 떠다녔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더 신나고 그루비한 음악들도 많이 해보고 싶어요. 이 앨범을 만들 때도 그렇고 지금까지도 'Ella Mai' 에 빠져 있어요. 여러분들도 한 번 들어보세요!
Q 그동안 물론 여러 사랑 노래들이 있었지만 최신 EP의 마지막 곡 ‘모닥불’은 ‘나랑 살자~’에서 거의 확신이 들어요. ‘이건 프러포즈 송이다!’ 맞나요…?
모트 : 이 곡의 주제는 처음에 '담요' 였어요. 누구든 따듯하게 안아 줄 수 있는 담요. 그래서 이 곡도 누구든 안아 줄 수 있는 곡이 되길 바랐어요. 별거 없는 날에 멀리 떠나가자 했지만 실은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은 날이 아니었을까요?
언젠가부터 어쿠스틱 기타를 손에 들면 긴장이 배로 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기타가 주된 곡들을 쓰지 않으려 했었는데 어쿠스틱 기타를 메인으로 한 이 곡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데뷔 전 오픈마이크 때 모습을 떠올리는 분들도 계셨어요. 그때 모습까지 기억해주고 계신다는 사실이 문득 너무 감사했어요.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꼭 전해 드리고 싶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모트's' 덕밍아웃*
최근 발매된 저의 EP 앨범 '소중함에 대하여' 를 만들어 나가면서 소중한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문득 나의 소중한 순간들과 소중한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아두고 싶어졌어요. 그렇게 생긴 취미가 바로 이 사진 속에 담겨져 있습니다.
'코니카 팝 필름 카메라'.
평소 노란색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이 카메라를 꼭 가지고 싶을 정도로 몇 주 동안 고민을 하기도 했었어요. 그렇게 결국 저의 손에 들어오게 됐어요. 산 지 이틀도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필름 한 롤을 다 써 가고 있어요. 그만큼 저에게 소중한 순간들이 많았던 걸까요?
남는 건 사진 뿐이라는 말이 와 닿는 요즘입니다. 얼른 인화해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어요. 여러분들도 평범한 지금을 꼭 필름 카메라가 아니더라도 찍어 남겨 놓는 건 어떨까요?
*'모트's' 띵곡*
1. 아이유, '아이와 나의 바다'
친구가 추천해줘서 듣게 된 곡인데 그 친구보다 제가 더 빠져 듣고 있는 곡입니다.
'아이는 그렇게 오랜 시간 겨우 내가 되려고 아팠던 걸까'
가사 하나 하나 모두 와닿는 게 우중충한 날씨가 계속되는 요즘의 날들 속 여러분들께 꼭 추천 드리고 싶은 곡입니다.
2. 도마, '코스트코 데킬라'
술자리를 시작하기 전 꼭 틀어두는 곡입니다.
저도 친구가 집에 오면 늘 먼저 하는 말이 '편한 옷으로 갈아 입을래?' 인데 이 곡에서도 그렇게 시작을 하고 있어요.
있지도 않은 말은 어지러움 속에 사라진지 오래고 여기엔 좋은 기분만이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