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복진

by XINDIE posted Oct 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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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21년 10월호
아티스트 안복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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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ZERO ZERO’ 앨범으로

싱어송라이터 첫 발을 내딛는 안복진

 

 

글 임희윤 ㅣ 사진 비스킷타운 ㅣ 편집 오상훈 

 

 

  좋아서하는밴드. 일명 좋아밴은, 그 겸손한 팀명처럼 소박하고 담백하며 착한 어쿠스틱 팝으로 꽤 오랜 시간 동안 음악 신을 지켰다. 어른들을 위한 동요랄까. 아무도 해치지 않을 것 같은 그들의 노래에 위로를 받거나 공감했다.

 

  이제 안복진이다. 현재는 2인조로 활동 중인 좋아서하는밴드의 절반. TV 어린이 프로그램, 그러니까 '똑똑 키즈스쿨' '뽀뽀뽀 모두야 놀자'의 음악감독을 맡기도 했던 그가 싱어송라이터로서 첫 솔로 앨범을 내놓는다. 아코디언을 들고, 또 건반 앞에서 청명한 노래를 들려주던 그가 이제야 오롯한 자신의 세계를 펼쳐보인다.

 

  도시의 네온처럼 단단하고 몽롱한 신시사이저가, 차갑게 날이 선 전기기타가 스피커 양쪽에서 달려든다. 싱어송라이터 안복진의 음악은, 익숙한 친구의 패션 코드를 전환한 새로운 외출처럼 친숙하나 낯선 매력을 뿜어낸다.

 

 

  싱어송라이터 안복진의 세계는 어디서 태어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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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9 싱글이 신호탄이었다면 이번 EP '안복진' 솔로 앨범이죠? '좋아서하는밴드'라는 , 따뜻한 안개가 걷히고 오롯이 혼자 서는 셈인데, 어때요? , 솔로 싱어송라이터 안복진의 세계는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태어났는지도 궁금해요.

 

A. 혼자 서있다고 느꼈을 때 다행히 고마운 인연들이 곁에 있었습니다. 이 앨범은 솔로 형태이지만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각 분야 아티스트들의 손길이 묻은 작품이기 때문에 공동 창작물이기도 하죠. 세상의 모든 것이 그렇듯 혼자서 있는 것은 없다고 다시금 깨닫는 순간들이었어요.

 

대학에서 재즈를 전공하며 재즈 피아니스트를 꿈꾸기도 했지만 결국 한계를 느껴 도망치듯 사게 된 아코디언이 현재의 안복진을 만들어 줬어요. 아코디언으로 처음 이장혁 음반에 참여하고 그의 세션으로 활동하면서 큰 영향을 받았죠. 이후 2007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좋아서하는밴드 활동 중 음악가로서 또 다시 한계를 느낄 때BTS 의 곡 “filter” 에 작사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은 노래 안에 글을 담는 이지 않을까저는 다시 힘을내  음악을 할 있는 길을 찾기로 했습니다. 결과물이 바로 EP ‘ZERO ZERO’ <노래가 되지 못한 것들> 입니다

 

Q. 미리 들어본 EP에서 좋아서하는밴드와 다른 결을 많이 느꼈어요. 담백한 어쿠스틱 팝보다는 촉촉하고 몽환적인 신스 팝이나 청량감 있는 록이 톡톡 튀어나와 재밌었어요. 좋아서하는밴드와 다른, 안복진만의 음악세계는어떤 것들로 이뤄져 있나요?

 

A. 달라진 점이 있다면 사운드와 장르적인 변화일 텐데요. 프로듀서 온기호씨의 역할이 커요. E.O.S 프로듀서이기도 한 온기호씨는 음악적으로 스펙트럼이 넓은 분이죠. 기호씨는 저에게  한계를 부여하지 않았고 저는 그냥 제가 제일 잘하는 방법으로 곡을 썼어요. 조금 다른 외모, 다른 옷을 입고 있을 뿐 좋아서하는밴드의 안복진도,  안복진도 모두 같은 세계라고 생각합니다.

 

Q. 'ZERO ZERO'라는 앨범 제목이 인상적이에요. 제목 모두에 이상의 동그라미가 포함된 것을 뒤늦게 발견한 건가요, 아니면 철저한 계획 하에 곡목을 모두 그렇게 지은 건가요. 제로에서 시작한다는, '솔로로서 출발!' 의미도 담긴 건가요.

 

A. 가장 처음 만든 곡은나는 사랑이, 두 번째는 ‘100%’, 번째 곡은 ‘Snoopy’이었는데요. 제목을 한 곳에 적고 보니 동그라미 두 개가 모두 다른 형태로 자리 잡고 있어 흥미롭더군요. 서로 다른 언어 속에 공통으로 들어간 두 개의 동그라미를 찾아내 ‘ZERO ZERO’이름 붙이게 되었습니다. 물론, “ZERO ZERO”라는 타이틀은 다시 비워진 원점으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를 중의적으로 담은 것이기도 해요. 그렇게 프로젝트명을 확정 지은 이후부터의 신곡 들은 일정한 규칙을 두고 만들고 있습니다. 규칙은 간단해요. “제목 안에는 두 개의 동그라미를 둔다입니다. 현재 만들고 있는 곡인 ‘Woo’, ‘Fool’, ‘영영(Goodbye)’, ‘도망쳐요라는 곡이 그렇습니다.

 

Q. ‘ZERO ZERO’부터 내레이션과 연주 버전의 'About Love'까지, 인스트루멘털의 비중과 역할이 커요. 혹시 일종의 콘셉트 앨범처럼 촘촘히 구성한 음반인가요?

 

A. 좋은 곡을 만드는 것이 먼저였고 콘셉을 우선으로 둔 계획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올 초 콘텐츠 진흥원의 영상 제작 지원을 받게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시리즈를 만들게 되면서 인스트루멘털의 비중이 높아졌어요. 그렇게 애니메이션에 담길 이야기를 돕기 위한 인트로 트랙과 개인적으로는 EP로서 담고 싶던 연주곡을 추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콘셉트 앨범의 형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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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싱글로도 먼저 냈던 '나는 사랑이' 아주 드라마틱하네요. 포스트 록처럼 꿈결 같고, 퍼퓸 지니어스의 노래처럼 중반부에 폭발해 휘몰아치는 반전도 인상적이에요. 노랫말과 편곡, 악곡 전개가 품은 관계와 스토리가 궁금해요.

 

A. 작년 4월 작업실에서 넘게 피아노만 쳤어요. 목적 없는 연습은 정말 오랜만이었죠. 돌이켜보니 무너져 있던 나를 위한 일종의 치유의 시간들 이었던 것 같아요 . 그렇게 비워내고 처음 쓴 곡이 나는 사랑이입니다. 때마침 이른 장마가 시작됐고 장마라는 상황에 영감을 얻어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장마처럼 길고 지루한 것들, 다시 돌아오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고 차분히 그림이 그려지는 노래가 되길 바랐습니다. 무덤덤히 스며오는 쓸쓸함과 그리움이 노래에 가득 담기길 바라며 만든 노래를 프로듀서는 조금 더 넓게 이해했어요. 극적인 멜로디나 가창이 없이도 노래에 폭팔적으로 전달되는 에너지가 있기를 바랬고 결국 편곡 적인 부분에서 아주 풍성한 사운드가 완성되었습니다. 이 곡은 앨범을 통틀어 안복진과 온기호 프로듀서가 서로 가장 잘하는 것들을 반반 씩 해낸 가장 극적이고 아름다운 곡 이라고 생각 합니다.

 

Q. '노래가 되지 못한 것들'이라는 에세이집도 낸다고 들었어요. 안복진 씨의 삶에서 글쓰기란 어떤 의미인가요. 노랫말을 위한 것이 아닌, 글을 위한 글을 쓰기도 자주 하나요? 노래로 날지 못한 노랫말들을 모아놓은 글이 어떨지, 언뜻 상상이 가요. 어떤 책인지 소개해주세요.

 

A. 저에게 글쓰기란 노래를 만들기로 마음먹은 이후부터 적었던 모든 것들 입니다. 2007년부터 좋아서하는밴드를 했으니 어쩌면 2007년부터 적었던 모든 것 이라고 있죠. <노래가 되지 못한 것들> 그렇게 여기 저기 적고 담아 뒀던 노래가 되기 이전의 글들과 제 경험을 엮은 책입니다. 시작은 간단했어요. 책 한권으로 묶어서 기록 들을 보관하고 싶은 마음에서였죠. 누군가에게 나의 글을 보여주려면 조금 더 친절해야 겠다 싶어 오랜 메모 밑에 왜 노래로 만들고 싶었는지에 대한 글을 덧붙였습니다. <노래가 되지 못한 것들>을 통해 노래는 누구나 만들 있다는 시작은무엇이든 적어보기라는 것을 얘기해 보고 싶었어요. 이 책은 저의 오랜 습관이자 작업 비법을 처음 꺼내 보이는 책이자 안복진의 노래의 시작을 보여드리는 책이에요.

 

 

Q. 보컬로서도 성숙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같은데요. 음색이나 창법에 있어서 혹시 좋아서하는밴드 때와 다른 방식을 실험한 부분이 있을까요. 안복진 씨가 정말 좋아하는 솔로 가수가 누구인지도 이 시점에서 궁금해지네요.

 

 A. 연주로 음악을 시작한 경우라 보컬로서 한계를 많이 느꼈는데, 프로듀서는 그런 저에게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했어요. 안복진만이 있는 음색과 저도 잘 몰랐던 보컬 로서의 능력을 끄집어내기 위해 많은 격려와 도움을 주었죠. 그 덕에 좋아서하는밴드 때와는 다른 성숙한 분위기와 테크닉적으로 다듬어진 노래가 완성되었습니다. 더불어 보컬로서 매력을 담을 수 있는 들을 앞으로 더 만들어내고 싶다는 욕심생겼어요. 제일 좋아하는 가수는 이규호입니다. 어쩌면 제일 아름다운 멜로디를 만드는 가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밖에도 이한철, 이장혁, 김목인, 김진아, 이소라의 음악과 목소리에 많은 영감과 위로를 얻습니다.  크러쉬와 자이언티, 죠지도 무척 좋아해요.

 

Q. 앞으로 좋아서하는 밴드와 솔로 안복진 활동을 병행할 계획인가요? 올해와 내년, 솔로 음악가로서, 밴드 멤버로서, 또는 다른 모습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A. 좋아서하는밴드의 안복진도, 솔로로 활동하는 안복진도 모두 같은 세계에 있기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병행할 계획입니다. 다만 솔로 아티스트 안복진으로 변화된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솔로 안복진의 창작물을 팬분들께 보여드리고 새롭게 소통할 기회를 우선적으로 마련해 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내년에도 프로젝트 ‘ZERO ZERO’의 연작을 싱글 형태로 발표할 계획이고요. 또 다른 모습이라면 단편 애니메이션마음의 정원의 음악을 맡아 작업을 앞두고 있고 순차적으로 노래를 위한 글쓰기수업도 계획해 보고 있습니다. 우선 11월에 텀블벅을 통해 12월 출간 예정인 책<노래가 되지 못한 것들>과 첫 EP‘ZERO ZERO’의 피지컬 앨범의 펀딩을 계획하고 있으니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안복진's' 덕밍아웃*

 

저는 올 해 여름 내내 양양과 서울을 오갔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카누를 만들게 되었는데요, 강원도 양양 남애항에 자리 잡은 <올리버 선박>은 선박 학교를 10년 넘게 운영해 오셨던 최준영 선생님의 보트 빌딩 공간입니다. 선생님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이도 합리적 가격으로 카누를 만들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하셨는데, 정말 우연하게도 그 카누의 이름이 “복지카누”. 애칭은 “복진이” 였습니다.

 

단지 “이름이 나와 같다는 이유”로 홀린 듯이 내려가 카누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나무를 엮고 어루만지듯 카누를 만들고 있으니,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머리도 맑아졌습니다.

카누가 완성된 후, 호숫가로 끌고나가 처음 물위에 앉았을 때. 그 새벽 아침은 올해 제가 경험했던 가장 아름다운 하루가 되었습니다.

나아가 카누와 함께하는 공연을 기획해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지요.

 

카누라는 문화를 음악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볼까 합니다

 

*'안복진's' 띵곡*

 

1. 김진아 “사라지지 마” 

 

이곡은 김진아 의 첫 번째 EP 앨범, A new leaf에 수록되어 있는 곡입니다작년 4월 개인적으로 가장 지쳐있었을 때 듣게 되었던 노래인데요운전을 하며 한 시간 넘게 한 앨범을 그리고 특히 “사라지지 마” 라는 이 한곡을 반복해 들으며 펑펑 운 기억이 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많은 위로를 받았던 곡입니다. 촘촘하고 아름다운 편곡이 담겨있고 마음을 토닥여주는 힘이 있는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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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장혁 “오늘밤은”

 

솔로를 준비하며 자연스럽게 음악가로서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장혁”씨는 제가 제일 존경하는 선배님 이자 저에게 싱어송라이터 라는 꿈을 심어준 뮤지션입니다. 특히 “오늘밤은”은 이라는 곡은 그 와의 첫 인연을 맺게 해 준 소중한 곡입니다. 생에 첫 아코디언 플레이어로서 처음 녹음한 곡이기도 합니다.

 

노래를 들을 때마다 서툴러 긴장했던 그 당시의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처음을 기억하고 싶을 때 저는 이 곡을 찾아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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