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란 강물 아래 묻어둔 상처나 환멸은
시와 노래가 돼 물결로 일어선다
오열
글 임희윤 ㅣ 포토 & 스타일링 지운 @hereiscloudlandㅣ 편집 오상훈
오열(嗚咽). 목메어 운다는 뜻의 이 단어는 가벼운 글이 무한히 넘쳐나는 인터넷 세상에서 남용되기 일쑤다. 그저 누군가 눈물 한 줄기 떨어뜨리는 장면에도 오열이라는 자막이나 댓글이나 제목을 달아 사람의 감성을 낚는다.
싱어송라이터 오열의 음악은 어쩌면 그러한 감정 과잉들에 대한 반항, 그 자체는 아닐까 하고 생각해봤다. 오열의 음악에는 과잉이 없다. 현란한 기교나 화성 같은 것을 배제한 담백한 어쿠스틱 팝을 기조로 해서일까.
그러나 오열의 음악은 일상을 과잉 없이 다룸으로써 끝내 듣는 이의 눈물샘을 자극하고야 만다. ‘내가 별을 꿈꾼 순간/난 별이 되었고/난 그걸 몰랐고/매일을 헤맸다’(‘Autobiography’)라고 차분히 읊는 순간, 일상이란 강물 아래 묻어둔 상처나 환멸은 시와 노래가 돼 물결로 일어선다. 그런 노래를 하는 오열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 오열이란 아티스트명이 먼저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한자로 ‘밝을 오’와 ‘물들일 열’을 합쳐 만든 말이라고 들었어요. 그래도 ‘목메어 울다’의 오열이 연상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뜻을 바꾸면서도 ‘오열’이란 단어를 꼭 택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것인지요.
밝음을 물들이는 '오열(OYEOL)'이라고 합니다. 뮤지션에게 활동명은 마치 '영화 제목'과도 같다는 생각해요. 무수한 이름들 중에 임팩트 있고, 무심히 지나쳤더라도 호기심이 생겨 다시 찾아보게끔 하는 이름이고 싶었고, 알고 보면 반전이 있는 그런 이름으로 불리우고 싶어 이렇게 짓게 되었어요. 사실, ‘오(旿)’, ‘열(埿)’두 한자를 붙이면, 제가 생각한대로 해석이 되지는 않는다고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예술은 관대하고 저는 엉뚱한 뮤지션이니 모두들 좋게 봐주실 거라 생각합니다.
- 여러 면에서 이상은 씨를 연상케 한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싱어게인2’에서 ‘언젠가는’을 부르셨더군요. 툭툭 던지듯, 가녀리게 떨면서 한 재해석 방식이 신선했어요. 어떤 생각으로 그런 방식을 택하셨는지요.
감사하게도 '이상은' 선배님, '양희은' 선배님의 목소리를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는 편입니다. 두 분 다 제가 너무나 좋아하고 존경하는 뮤지션이자 선배님이십니다. 하지만 비슷한 느낌일 수는 있어도, 다르다는 것을 꼭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평소에는 저의 곡을 부르는 편이라 그럴 기회가 없으니, 대중가요 곡을 부를 수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보여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었는데, 감사하게도 '싱어게인2'에 참가를 하게 되어 많은 분들께 그런 제 생각을 음악으로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언젠가는'을 부를 때에 잘 부르고자 하는 욕심, 생존하고 싶다는 욕심과 ‘어떻게 불러야 될까’, ‘어느 정도로 말하듯이 불러야 할까’ 등 그 짧은 2-3분의 시간 동안 스스로에게 수 없는 질문을 쏟아가며 혼란스럽게 불렀었는데요. 그중 가장 걱정을 많이 했던 것은 '나는 말하는 가수다'라는 소개 글이었습니다. 평소 노래를 부르고 난 다음에 '말을 하듯이 부른다'라는 평은 들어왔지만, 노래를 하기 전에 '말하는 가수다'라고 공표를 하고 노래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만큼 저를 잘 소개할 만한 문구는 없다고 생각해서 용기를 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노래를 부르면서 너무 생각이 많았던 것 같고 평소보다 과하게 부른 느낌이 있어서 많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오히려 그 상황이 '언젠가는'이라는 원곡 가사와도 잘 어울려서 아이러니하게 더 좋게 들어주셨던 분들도 계신 것 같아 저도 참 신기한 경험이라 여기고 있고 영상도 자주 보곤 합니다.
- ‘싱어게인2’에 53호 가수로 출연하셨죠. 방송 이후 주변의 시선, 또는 본인 스스로의 마음가짐에 있어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촬영 후 많은 시간이 지나 방영이 되었는데요, 심사위원들 께서도 누구에게나 좋은 말씀을 해주셨기 때문에 그 중에서도 제일 평범하다고 생각을 했었고, 저는 많은 우수한 출연자 중에 부족한 한 명이자, 운 좋게 1라운드를 통과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이런 반응을 받게 될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과 방송 카메라를 통해 저를 바라봐주시는 대중들의 반응을 비유하자면 저 자신을 '아메리카노'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민트 초코'와 같은 사람이었구나. 라고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그게 저에게는 혼란스러웠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제가 특이하다고 해도 저는 평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었거든요. 하지만 좋은 혼란이라고 생각했고, 좀 더 스스로를 알아보고 망설이던 부분들은 좀 더 과감하게 진행을 해야겠다는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 지난해 말 낸 미니앨범 ‘한강열차’.어떤 멜로디나 가사가 떠오르시나요. 그런 곳에 가면 어떤 노래를 들으시나요. 한강 다리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다리는 어디인지도 궁금합니다,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오열에게 서울은 어떤 도시인가요. 에는 서울에 대한 이야기가 여럿 담겨있더군요
어렸을 적 교과서에서 '한강의 기적',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이런 문구를 보면서 자라왔기 때문에 서울은 저에게 '아메리칸 드림'과도 같은 곳이었습니다. 2010년 부터 서울에서 거주했거나, 근무를 했거나, 음악 활동을 꾸준히 이어 오면서 이전의 환상은 이제 사라졌지만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곳이고요.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예술의전당' 입니다. 처음 서울에서 살았던 곳이 예술의전당 바로 근처에 있는 고시원이었어요. 같은 곳에서 1년, 그 이후 어느 해 1년, 이런 식으로 3-4년 정도 살았던 것 같아요. '예술의전당'과 바로 옆 '국립국악원' 두 곳에서 다양한 공연을 관람하는 것도 좋아하고, 음악 분수를 보면서 멍때리기, 또 그곳의 고양이들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강열차'를 주제로 곡을 쓰긴 했지만, 사실 한강 다리 이름은 잘 알지 못합니다. 다양한 지하철 속에서 지나치다 마주하는 한강이 어느 다리를 지나가도 잠시 시간이 멈추는 것 같고 위로가 느껴지더라고요. 조금 여유가 생긴다면 한강 다리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멜로디나 가사를 적어보고 싶네요. 이번 오열의 두 번째 EP '한강열차'는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제작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감사한 마음을 담은 헌정곡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강열차'에는 '청계천', '뱃속의 항해', 'Autobiography'라는 곡도 수록이 되어있는데요, 그 중 '청계천'은 '나의 도시, 서울'이라는 주제로 서울의 장소에 대한 사연을 받아보았고 그 중 선정된 사연으로 제작된 곡입니다.
- .그렇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는지도 궁금합니다, 학생들은 싱어송라이터 오열에 대해 알고 있는지. 또는 반대로 음악 교육이 싱어송라이터 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싱어송라이터 활동이 음악 교육에. 혹시 어떤 학교에 재직 중이신지 알 수 있을까요. 현직 고교 음악 교사라고 들었습니다
2020년 3월부터 여수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음악 교사로 근무를 하고 있고요, 학생들을 통해서 그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저에게는 새로운 음악을 찾는 것을 즐거워합니다. 제가 클래식 성악으로 시작해서 현재는 팝, 록 장르 위주의 음악을 만들고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장르를 소개 는 역할이 되고자 노력하는 편입니다. 어느 한 장르만 소개 하면 이 친구들에게 음악이라는 존재는 그 하나의 장르로만 끝나버릴 테니까요. 싱어송라이터 활동과 음악 교육은 서로에게 참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도 저를 자랑스럽게 봐주는 것 같고, 활동 모습을 소개하기 전후를 비교해보면 수업의 집중도도 높아진 것 같습니다. 음악 활동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도 자극이 되었던 것 같아요. 반대로 저에게 준 영향은, 종종 학생들 축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데 저를 자랑스러워해 주고 순수하게 응원해주는 학생들을 보면서 많은 자신감을 얻고, 자존감이 높아지면서 이전에 가지고 있었던 무대 공포증을 학생들 덕분에 많이 이겨냈다고 생각합니다.
- 올해 음악적으로, 개인적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요. 오열이 계속해서 만들고 부르고 싶은 음악은, 메시지는 어떤 것인가요.
최대한 길게 음악 하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그러면서 다양한 길을 걸어가 보고 싶고요. 활동 나이로는 만 6세가 되었기 때문에 아직 호기심이 많고 록 페스티벌에 출전할 만한 신나는 분위기의 곡도 만들어 보고 싶다는 희망도 있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오열의 행보를 앞으로도 지켜봐 주시고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오열's' 덕밍아웃*
디지털 음악 속에서 예전이 그리워 지는 하루가 더 많아졌어요.
손맛이라고 해야 될까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손으로도 느낄 수 있는 손 맛의 그리움..?
2-3년 전 즈음 동묘시장을 처음 가서 휴대용 cd, 카세트 플레이어를 발견하고는 바로 구입했구요,
작년에 턴테이블을 구입하고, 최근에 바로 재생이 가능한 cd 플레이어를 구입했어요.
최고의 자랑거리는 오래 전 구입했었던 두번째달 정규 1집 LP를 재생할 수 있다는 점!
*'오열's' 띵곡*
1. Enya - Caribbean Blue
이 곡은 곡만 듣다가도 다시 검색해서 꼭 뮤직비디오로 감상합니다. 어릴 때 비디오 테이프로 감상했던 것도 어렴풋하게 기억이 납니다.
2. 두번째달 - 2nd Moon
두번째달의 모든 앨범과 곡을 추천하고 싶지만 1개를 골라야 된다면... 정규 1집부터 시작하세요!
윤동주 서시의 상상력 그 이상인 곡입니다.
엔야도 좋고, 양희은도 좋죠, 상관 없습니다.
그 분들은 자신들의 훌륭한 음악을 하신 겁니다.
근데, 지금와서 날더러 어쩌라고..
바하하고 비슷한 음악하면 안 되나 ?
셰익스피어하고 비슷한 문장 쓰면 안 되나 ?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
바하도 좋아하고, 엔야도 좋고..
오열이 바로 곁에서 음악 들여주는 거 더 좋아합니다.
오열이 밝은 음악도 좋고
오열의 우울한 음악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