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드러나지 않는 것들에 대해 노래하고 싶어요.
인터뷰 김희준 ㅣ 사진 오병환 @saramsazinㅣ 편집 오상훈
수더분하고 담백한 표정에 아무런 꾸밈없는 발성, 하지만 그 속에 옅은 우울감이 깃든 감성적인 여운을 내포하고 있는 '손전등'이라는 곡으로 2019년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처음 입상한 이후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자신의 곡을 하나씩 발표하며, 본격적인 프로 뮤지션으로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신인 뮤지션!
앞서 언급한 목소리에 잘 어울리는 습윤한 멜로디의 곡들, 그리고 그런 음악과 무척이나 동질감 강하게 이어지는 가사까지, 3박자가 서로 잘 어우러지는 이 뮤지션의 음악은 잘 다듬어진 매끈함과 세련됨보다는 아직 가공되지 않아서 그 빛이 가려져 있고 언뜻 보기에 별로 티 나지 않는 원석과도 같이 느껴진다. 앞으로 얼마나 더 수려한 빛을 발하게 될지, 그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늠할 수 없기에 오히려 더 기대되는 이 젊은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이름은 바로 코요(kohyo)다!
음악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게 된 시점, 그리고 프로 음악가로 자신의 길을 정하게 된 계기나 이유가 궁금해요.
부모님께서 CCM을 하세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자랐어요. 집에서 곡을 쓰시는 아빠를 보며 자라서인지 첫 자작곡을 쓸 때도 거창한 이유나 계기가 필요치 않았어요. 제가 이모 삼촌이라고 부르는 분들에게 악기를 배우곤 했고요. 그래서인지 드라마틱한 계기는 없었어요. 언제부터 뮤지션을 직업적인 꿈으로 선택했는지 저도 정확히 기억이 안 날 정도로요.
물론 제 어린 시절의 다른 반쪽은 축구가 차지하고 있긴 했어요.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제가 당연히 축구선수가 될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근데 부상 때문에 처음으로 몇 주간 축구를 쉬어야 했던 적이 있었어요. 제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없고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답답함을 크게 느꼈어요. 그때부터 이걸 직업으로 선택하긴 어렵겠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선수가 되면 부상은 더더욱 피할 수 없을 테니 말이죠. 그렇게 중고등학교 때부터는 자연스레 음악에 마음의 무게를 더 싣게 된 것 같아요.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입상, 그리고 얼마 전 싱어송라이터 오디션 원콩쿠르에 우승자가 되면서 서서히 인디 팬들과 내부 관계자들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있으시죠. 주변 상황이나 본인 스스로도 뭔가 달라진 부분이 있으실 거 같은데 어떠세요?
사실 큰 변화를 느끼진 못하고 그대로인 기분이에요. 오히려 전보다 자신이 없고 제 음악을 의심하는 요즘이라 원콩쿨을 우승했을 때는 의아한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그만큼 이 모든 게 내가 하는 일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고요.
다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그런 경연들을 통해서 좋은 인연들이 많이 생겼다는 거예요. 입상한 것도 물론 감사하고 기쁘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이 제 삶에는 더 긴 여운을 남겨주더라고요. 예를 들어 원콩쿨을 통해선 예진이라는 동갑 뮤지션과 친구가 되었고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의 동문 친구들 몇 명과는 ‘코니섬세린’이란 이름으로 모여 놀기도 하고 음악도 만들게 되었어요. 모두 그런 자리가 없었다면 만나기 어려웠을 것 같다는 생각에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이에요.
곡과 가사를 쓸때 어느 쪽에 먼저 아이디어를 두고 만들어가시는 지 궁금해요. 제가 듣기엔 가사를 먼저 떠올리고 멜로디를 맞춰 나가지 않나 생각되는데…
예상하신 것처럼 가사를 먼저 떠올릴 때가 대부분이에요. 첫 모티브나 곡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텍스트로 먼저 정리가 돼서 그런 것 같아요. 10대 때는 ‘가사야 만든 멜로디에 맞춰 다듬을 수 있지 않나’란 생각을 하며 멜로디를 먼저 쓰곤 했어요. 요즘과 정반대지요. 지금은 한쪽이 더 중요하다 생각해서 그 방법만을 고수한다기보다는 가사를 먼저 쓰는 것이 더 익숙하고 편해서 그렇게 작업을 하곤 합니다.
음악적으로 영감, 혹은 영향을 받는 대상이 있는지 궁금해요. 음악가는 물론이고 그외 문학, 시, 영화등 어느부분이든 상관없으니 편하게 이야기해주셔요
많은 싱어송라이터 분들이 “나의 곡은 100% 나의 이야기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저의 자작곡 중에서 제 이야기와 감정만을 100%로 담은 곡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하지 않는다 보다 하지 못한다에 더 가까운 것 같기도 해요. 첫 모티브가 되는 영감은 저의 경험 또는 제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자주 얻어요. 영화나 책에서 얻기도 하고요. 하지만 결국 상상으로 그 이후의 이야기를 붙이고 덧대어야 곡을 완성할 수 있어요. 첫 모티브가 저의 이야기라면 “내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라면 “나였다면 어땠을까?” 또는 “그 사람이라면 어땠을까?”를 상상하곤 해요. 그리고 사운드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할 아티스트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분들의 음악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았을 텐데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단지 몇 명으로 추리는 일은 저한테 너무 어려운 일이거든요.
경연대회 입상곡인 '손전등'과 달리 사운드클라우드와 유튜브 채널에 올라가 있는 'WAVE ON EARTH' 를 비롯 'Gray City' 같은 곡들은 가사도 영어로 쓰여졌고, 상대적으로 좀 더 팝스러운 진행이 돋보여요. 그런데 이 곡들은 기존 국내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는 공개되어 있지 않던데 차후 새롭게 사운드를 입혀서 공개할 예정인지, 아님 국내 음원사에서는 공개하지 않을건지 궁금해요.
두 곡 다 기회만 된다면 국내에서 발매하고 싶어요. 한 곡은 올해 발매할 EP에 수록할 계획이고요. 사실 제 초반 자작곡들은 대부분이 영어 가사였어요. 딱히 의도가 있던 건 아니고 그때는 그게 더 편했거든요. 사람들은 이미 많은 팝송을 듣지 않나, 궁금한 가사는 번역기를 돌려가면서까지 듣지 않나란 생각에 그 노래들을 한국에서 발매해도 상관없겠다 싶었어요. 지금도 같은 마음이고요. 저만 해도 해외 음악을 더 많이 듣는 편이다 보니 국내에서 영어 노래를 발매하는 것에 큰 망설임을 느끼진 않는 것 같아요.
경연대회수상작인 ‘손전등’이 현재 유일한 발매작인데 차후 앨범 발매계획이 있을까요? (EP, 정규, 혹은 싱글 포함)
올해 첫 EP를 발매할 예정입니다. 아직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진 않아서 정확한 발매 시기는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올해 꼭 나올 테니 기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앞서 소개한 ‘코니섬세린’으로 싱글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도 아직 발매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름을 기억해달란 의미에서 미리 소개해 드립니다.
참! 활동명 kohyo(코요)는 어떤 뜻이 담겨 있을까요?
kohyo는 제 본명의 성인 ‘koh’와, 좋아하는 단어인 ‘고요’를 합친 이름이에요.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긴 했지만 사실 고르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어감이 마음에 든다는 단순한 이유에서였어요. 이름을 고정적으로 영문으로 표기하는 이유 중 하나도 한글보단 영어로 발음할 때의 어감이 더 마음에 들어서입니다. 그리고 제가 의도하진 않았지만 마음에 드는 의미라 하나 덧붙이자면, 학교를 통해 밴드 ‘안녕바다’의 보컬로 계신 ‘나무’님을 알게 되었어요. 근데 어느 날 그 분이 갑자기 제 생일을 물으셨어요. 대답해 드렸는데 굉장히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시더라고요. 알고 보니, 제 생일이 단풍이 절정인 시기에 있는데 코요(こうよう)가 일본어로 단풍이란 뜻을 가지고 있어서였답니다.
앞으로의 음악활동에 있어서 마음가짐이나, 지향점 등을 알고 싶어요.
저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더 많이 노래하고 있다는 걸 최근에 깨닫게 되었어요. 보이진 않지만 움직임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요. 음악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구분 없이 무언가를 들려줄 수 있고,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새삼 참 좋더라고요. 들려줌으로써 무언가를 드러내는 음악이란 좋은 도구를 가지고 저는 계속해서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더 많이 노래하고 싶어요.
*'kohyo's' 덕밍아웃*
레고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에요. 저희 집은 큰 가방 안에 사촌과 지인들에게서 받은 레고 벌크를 모두 뒤섞어 담아놓곤 했어요. 끈을 풀면 동그랗게 펼쳐지는 가방 주위로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둘러앉아 함께 놀곤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아직도 설명서 없이 마음대로 만드는 레고에 더 익숙해요.
사진 속 레고는 가장 최근에 만든 우주선입니다. 지인의 집에 놀러 갔는데 레고 벌크가 세 박스나 있길래 9살 친구와 나란히 앉아 각자 우주선을 만들기로 했어요. 저는 부럽다는 말을 자주 했고 그 친구는 왜 이리 오래 걸리냐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kohyo's' 띵곡*
1. Lawns - Carla Bley
기분이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언제 들어도 좋은 곡이에요. 분주한 마음을 잔잔하게 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찾는 곡입니다. 저는 올 한 해도 이 곡으로 시작했답니다.
2. Childhood - Yohna
2022년 신보 중 가장 빠져있는 곡 중 하나입니다. 낮보다 밤거리가 더 잘 어울리는 곡인데요 저는 왠지 야경의 흔들리는 불빛들이 많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