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하고 달콤한 새 노래 ‘꽃처럼(flor)’으로
봄 같이 찾아온 우예린
한 때 누군가의 인생을 빛나게 했던 것들은 그의 인생에 그만큼 짙은 그림자를 남긴다. 어떤 이름 석 자를 듣고 바로 떠오르는 몇 개의 키워드가 있다는 건 그가 인상적인 성취를 거뒀다는 증거인 동시에 앞으로 떠날 먼 길에 징검다리가 되었다가 짐이 되기도 할 할 돌덩이들이 존재한다는 걸 의미한다.
우예린이라는 이름 석 자를 듣고 대부분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릴 단어는 <K팝스타> 그리고 ‘동양풍 음악’일 것이다. 아직 떠나온 길보다 떠날 길이 먼 음악가로서 불편할 만도 하건만, 우예린은 오히려 그 모두를 끌어안는다. 새 음악에서 동양적 느낌이 점점 옅어지는 것 같다는 말에 전혀 그렇지 않아 오히려 조바심이 난다고, 오디션 프로그램에 등장했던 자신을 아직 놓아주지 못한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담대함이 어려있다.
서울실용음악학교 동기들과 함께 만든 옴니버스 앨범으로 세상에 처음 자신을 내놓은 지 10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다져온 우예린만의 음악이 있기 때문이기도, 그것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매 순간이 의미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인터뷰. 김윤하(대중음악평론가) ㅣ 사진. 지운 @hereiscloudlandㅣ 편집. 오상훈
아직 조금 이르긴 하지만 봄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곡으로 돌아왔어요. 새 노래 ‘꽃처럼(flor)’를 쓰게 된 계기나, 작업 비하인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안녕하세요. 싱어송라이터 우예린입니다. 새 싱글 '꽃처럼(flor)'은 사랑을 느끼게 되면서 웅크리고 있던 마음을 활짝 웃는 얼굴로 피워낼 수 있게 된 사람을 이미지하며 쓴 곡이에요. 봄 노래라고 생각하고 따뜻하게 불렀는데, 녹음 날 정말 많이 추웠어요. 정말 많이요.
혹시 봄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있을까요.
전에 살던 아파트에 동과 동 사이 유독 바람이 세게 부는 골목이 있었어요. 그 골목 양쪽으로 벚꽃나무들이 있었는데 꽃이 활짝 피고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면 벚꽃비가 내리듯이 흩날리던 꽃잎들이 참 예뻤던 기억이 나요.
혹시 사계절 가운데 어떤 계절을 제일 좋아하세요?
뭔가 봄이 좋다고 해야할 것 같지만… 사실 가을이 제일 좋아요. 제가 가을에 태어나기도 했고 센치해지는 걸 꽤나 즐기는 편이거든요. 애정하는 정준일님 노래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이기도 하고요.
노래를 들으면서 특히 창법 변화가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얼핏 들으면 다른 사람 같기도 하고요. 이전보다 성대를 활짝 열고, 우예린이 가진 목소리 가운데 가장 포근하고 달콤한 것만 담은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요,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맞아요. 이번 곡 한정으로 특히 더 그렇게 발성을 했어요. 포근하고 달콤하고 따뜻한 곡으로 들려드리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했는데, 포인트를 잘 짚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너무 뿌듯하고 기쁩니다.
‘꽃처럼(flor)’도 그렇고 지난해 발표한 ‘제비꽃 피던 날’, ‘도시의 밤’ 같은 곡을 봐도 확실히 달라지고 있는 우예린의 ‘지금’이 엿보여요. 특히 우예린의 이름과 쌍둥이 같던 ‘동양적’이라는 키워드가 점점 옅어지고 있다는 느낌도 드는데요.
점점 옅어진다는 말에 조바심이 들 정도로 동양적인 곡들도 계속해서 작업 중이에요! 전에 들려드렸던 EP가 그런 동양적인 곡들의 모음집이었다면, 최근 들려드렸고 또 준비중인 곡들은 좀 더 팝스러운 느낌의 곡들을 모아놓은 모음집일 뿐이라는 걸 꼭 말씀 드리고 싶어요.
‘동양적’이라는 단어 혹은 이미지는 우예린의 음악 속에서 어떤 존재일까요.
뗄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제가 사랑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제 이야기를 담아 내고 싶은 색깔이거든요.
우예린의 이름을 걸고 처음 발표한 걸로 알려진 ‘딸기맛 메타콘’이 세상에 나온 지 올해로 딱 10년이 되었더라고요. 지난 10년 동안 싱어송라이터 우예린은 어떤 면이 변하지 않았고, 동시에 어떤 면이 가장 변했나요.
와 벌써 10년이라니! 아무래도 목소리가 변했어요. 특히 ‘딸기맛 메타콘’을 불렀을 당시에 코감기가 심했어서 한층 더 어린 목소리였거든요. 지금은 비교적 성숙하고 차분하게 노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달라진 점은 많죠. 노래에 담아내는 이야기도 달라졌겠고, 그걸 담아내는 노랫말도 많이 달라졌어요.
10년 동안 우예린을 대표하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일까요?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 있었던 순간이나 노래도 궁금해요.
아무래도 아직까지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때의 저를 놓아주지 못한 것 같아요. 하지만 그와 상관 없이 제 이야기를 담은 노래를 발매하고 무대에서 들려드리는 매 순간이 참 뜻 깊고 의미 있습니다.
*'우예린's 덕밍아웃*
아마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 취미는 영화보기와 사진 찍기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영화만큼 책을 읽게 되는 시간도 늘었거든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통 집중이 안되는 탓에 진득하게 독서를 하는 일이 어려웠는데 조금은 진정이 된 모양입니다. 최근 정말 흥미롭 게 읽었던 한강 작가님의 '노랑무늬영원' 과 김초엽 작가님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추천 드리고 싶어요. 특히 김초엽 작가님의 소설집은 굳이 교훈을 끼워 맞추는 형식이 아니면서도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오랜만에 만난 '시간을 잊고 빠져드는 책' 이었 어요. 먼저 읽으시고 한강 작가님의 세계로 가보는 순서를 추천 드립니다.
*'우예린's 띵곡*
1. Chet Baker - I'm Old Fashioned (Album Version)
2. 한요한 - 지킬게 (Feat. JAEHA)
3. 연관형 - 아직도 넌 날 그리 생각할지
인생곡은 하나를 꼽기가 힘들어서 최근 빠진 곡으로 할게요 !
’I'm Old Fashioned’ 는 작년 겨울부터 이어지고 있는 저의 숙면을 책임져주는 자장가. ‘지킬게’는 제가 좋아하 는 한요한님의 곡. ‘아직도 넌 날 그리 생각할지’는 저의 동료이기도 한 싱어송라이터 연관형의 곡입니다. 숨 죽여 듣 게 되는 곡이라 오래 마음에 남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