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란 삶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
하고 싶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모두가 하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여기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으로 시작해 자신의 길을 차분히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인디 R&B 싱어송라이터 피엘이다.
시작부터 음악이었던 건 아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삶 깊숙이 음악을 들여놓은 그에게 음악이란 삶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존재다. 자신의 음악에 기꺼이 귀를 기울여 주는 사람들에게, 음악이라는 너른 세계 앞에서 한 걸음 내닫기를 망설이고 있는 이들에게 그는 당신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그리고 그 순간이 가지를 뻗어나기 시작한 근원을 돌아보는 것을 조심스레 권한다. 그 순간이 꼭 무겁거나 대단해야 할 필요는 없다.
우리 일상을 촘촘히 채우고 있는 평범한 순간들 가운데 하나면 족하다. 푸르른 5월 우연히 만난 기분 좋은 깜짝 휴가에서 탄생한 피엘의 새 노래 ‘Holiday’처럼 말이다.
인터뷰: 대중음악평론가 김윤하
사진: 재뉴어리
편집: 곽대건
새 싱글 ‘Holiday’는 완전히 초여름이라는 이름의 OST 테마곡 같더라고요. 어디에서 어떻게 영감을 받아 완성된 곡인가요?
맞아요. ‘’Holiday’는 초여름을 겨냥해 만든 청량한 팝 R&B곡이에요. 지난 5월 초 지인 결혼식 때문에 부산에 내려갔었는데, 내려간 김에 며칠 더 쉬면서 바다도 보고 노을도 보고 산책도 하면서 쓰게 된 곡입니다. 저에게는 휴가 같이 느껴졌던 여정이라 그때 영감을 많이 얻었던 것 같아요.
지난 3월에 발매한 EP [접속] 이후로 3개월 만에 새 노래를 발표했어요. 지난해에도 한 두 달에 한 곡씩 새 노래를 발표했죠. 작업 속도가 빠른 편인가요? 평소 어떻게 곡 작업이 이뤄지나요?
모든 아티스트 분들이 공감할 내용일 텐데.. 영감을 받으면 빠르게 곡 작업이 진행되고 영감이 안 떠오르면 또 죽어라 늦게 나올 때도 있어서, 속도가 빠르다고 말씀 드리기는 애매하네요. 힘 닿는 데까지 최대한 많은 곡을 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평소에 영감을 많이 얻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렇다면 혹시 최근 작업하면서 ‘나 좀 음악 잘하는데?’ 생각한 순간이 있었나요?
사실 집중해서 긴 시간 작업을 끝내고 모니터를 하면 ‘와 노래 너무 좋은데?’, ‘이거 미쳤다’하고 혼자 생각할 때가 종종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러고 나서 다음 날 들어보면 또 별로일 때가 많아서… 에피소드를 따로 들려드리기가 부끄럽네요. (웃음) 하지만 완성된 곡이나 습작으로 작업한 곡에 대한 애정은 잔뜩 가지고 있는 편입니다!
스스로를 '인디 R&B' 음악가로 소개하고 있어요. 피엘이 생각하는 '인디 R&B'의 정의는 뭘까요?
처음 피엘이라는 아티스트로 앨범을 낼 때 뭔가 참신하게 차별화된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인디 R&B’를 하는 아티스트라고 내세웠는데요, 딱히 깊은 뜻은 없어요. 다만 대중성이 섞인 팝, R&B를 기반으로 자전적이고 서정적인 가사로 개성 있는 자작곡과 여러 장르를 시도한다는 포인트는 있는 것 같습니다
피엘의 음악을 듣다 보면 R&B 가운데에서도 브라운아이드소울 처럼 친숙한 한국형 R&B가 자주 떠오르더라고요.
어린 시절 플라이투더스카이 환희 모창도 자주했다고 들었는데요, 이외에도 좋아하는 한국 R&B 가수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요즘 좋아하는 가수를 알려주셔도 좋고요.
오 맞아요! 국내 음악은 중학생 때 플라이투더스카이 음악을 많이 들었고, 고등학생 때는 브라운아이드소울 음악과 유영진 님 음악도 많이 들었어요. K-POP도 많이 들었고요. 하지만 사실 팝 음악을 더 많이 듣긴 했어요. (웃음) 요즘 즐겨 듣는 음악은 이찬혁, 권진아 앨범을 많이 듣고 있어요.
직장인으로 생활하다 음악가가 되었다고 들었어요. 지금도 열심히 일 하면서 미래의 음악가를 꿈꾸는 이들이 많을 텐데요, 혹시라도 이 인터뷰를 보고 있을 그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응원이나 조언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제가 많은 음악가가 정석대로 밟아온 길로 활동을 시작한 게 아니라 신기하고 대단하게 바라봐 주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평소 음악 듣는 걸 좋아했고, 싱어송라이터들의 음악들을 많이 듣다 보니 ‘시대의 변화에 맞게 뮤지션도 개성이 다양하고, 꼭 음악을 전공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시대가 됐구나’ 생각했어요.
음악가의 길을 걸어봐야겠다고 다짐한 건, 아무 생각 없이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고 시작한 거 치곤 내 목소리가 ‘나쁘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던 것 같아요. 조금은 자기애가 있어서 두려움 없이 도전했던 것 같아요. 일단 부딪혀 보라는 막연한 말보다는 본인의 인생에서 가장 빛날 때가 언제였는지를 떠올리면서, 그 뿌리를 찾아가는 고민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물론 쉽지 않은 여정일 거고, 노력을 해야 결실을 보는 것도 당연한 순리일 거에요. 본인이 행복해하며 할 수 있는 일들 그리고 그 일에 큰 노력을 투자하는 게 우리 인생에 값진 순간을 가져다 주지 않을까 싶어요.
최근 페스티벌 무대에 자주 서고 있어요. 기억에 남는 무대나 인상적이었던 순간이 있을까요.
저는 코로나 시작과 함께 공연을 처음 시작했고(코로나 2단계로 콘서트가 취소된 적도 있었죠) 마스크를 끼고 박수 소리만 들리던 공연장이 익숙했던 사람이라, 작년 여름 춘천 상상마당 페스티벌에서 처음으로 관객의 환호 소리와 떼창을 들었을 때 정말 울컥했어요.. 아직도 그때가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물론 페스티벌은 할 때마다 너무너무 즐겁고 재미있어요
아티스트는 보통 스튜디오형과 라이브 형으로 나뉘더라고요. 피엘은 어떤 형에 속하나요?
저는 스튜디오 형이라고 생각하는데, 주변인들이나 팬 분들은 라이브 형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공연장에서만 줄 수 있는 현장감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 아무튼 개인적으로 저는 스튜디오 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오는 8월 단독공연을 앞두고 있어요.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게 있다면 살짝 알려주세요!
작년 여름에 ‘Summer Diary’라는 이름으로 단독 공연을 열었는데, 올해도 ‘Summer Diary’ 단독공연을 계획 중입니다. 어엿한 3년 차에요. (웃음) 작년 ‘Summer Diary’ 공연에 오신 분들에게 보여드린 소소한 콘텐츠와 굿즈들을 올해 버전으로 재단장해서 뜻 깊은 여름 밤이 될 수 있게 만들어 볼 계획이에요. 그리고 8월에 신곡을 또 발매 계획 중에 있어서 그 곡도 당연히 라이브로 들려드리려고 하고요. 말하다 보니까 살짝이 아니고 다 알려드린 것 같지만, 다가오는 공연에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 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