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월

by XINDIE posted Mar 0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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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20년 3월호
아티스트 김사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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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라는 사람이 솔직하게 열리는 모습 보여주고 싶어'

 
김사월은 공기를 만들어낸다. 다시 말해 김사월이 만들어내는 공기가 있다. 그가 별것 아닌 코드와 리듬으로 기타를 퉁기며 날숨으로 불어내는 멜로디마저도 기이하게 어떤 공기를 형성해 실내나 고막을 메워간다. 2월 초,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의 한 카페에서 김사월을 만났다. 짧게 자른 그의 새 머리 스타일이 조금 낯설고도 무척 친근했다. 동네에 마실 나온 친구처럼 대화를 나눴다. 2014년 김사월X김해원의 멤버로 '비밀'을 내며 음악계에 이름을 알린 그녀는 이후 솔로 작업들로 자기세계를 구축했다. 2018년 정규 2집 '로맨스'를 내놨다. 지난해엔 싱글 '붉은 늑대'와 '사바스'를 발표했다. 
 
인터뷰: 임희윤|사진제공: 김성훈
 

 

작년 9월에 낸 싱글 '사바스'는 호러 소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조예은)에서 받은 영감을 노래로 풀어낸 독특한 작품이었죠?

책의 사운드트랙이라니, 어떻게 만든 건가요?

책의 내용을 압축하자면, 젤리 장수가 나눠주는 젤리를 먹은 사람들은 몸이 젤리가 돼 녹아버려요. 그래서 대학살이죠. 7명 정도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만약 내가 여덟 번째 인물이 된다면 과연 어떤 얘기를 할까 하는 상상을 하며 가사를 썼어요. 작사, 작곡, 편곡, 녹음은 물론 처음으로 손수 믹스 작업가지 제가 해서 낸 음원이에요. 편곡에서는 녹아내리는 하강의 이미지를 염두에 뒀고, 믹싱에서는 극단적인 패닝(panning)을 통해 여러 소리가 자신의 공간을 갖고 띄엄띄엄 존재하도록 해봤어요. 

 

요즘 뭐 하고 사나요? 최근에는 황예지 작가의 전시에 맞춰 쓴 김해원의 곡 'Mago : Music For Photo graphy' (2월 12일 발매)에 보컬로 참여했죠?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계속 일에 빠져 있었어요. 크게는 세 가지예요. 3분의 1은 외주 음악과 내 음악 작업. 3분의 1은 공연 기획과 연습, 3분의 1은 술 먹기. 이 세 가지가 너무 좋아서 없어질까 봐 너무 무서워요. 그래서 과하게 일하고 과하게 공연하고 과하게 친구들과 술을 먹었더니 한 해가 다 갔네요. 'Mago : Music For Photography'는, 제가 작품 속에 들어가서 수풀 속을 맨몸으로 헤집는다면 어떻게 될까를 상상하면서 불렀어요. 참, 매년 하는 '김사월쇼' (코로나19 문제로 올해는 5월 23, 24일로 연기)와 장편영화 음악도 준비 중이에요. 

 

지난해 말에 에세이 '사랑하는 미움들'을 냈죠. 읽다가 대담하다고 할 정도의 솔직함에 놀랐어요. 그러고 보니 2017년에 낸 라이브 앨범 '7102'도 참 날것이었네요. 자신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싶다는 열망이 원래 강한 건가요? '김사월 쇼'는 말 그대로 '쇼'인데, 뭘 보여주고 싶나요? 
솔직하게 보여주고 싶다는 열망, 맞아요. 쇼에서는 억지로 하는 건 좀 안 보여주고 싶어요. 제가 원하는 게 아닌데 사람들이 원할 것 같아서 하는 것들을 이제는 줄이고 싶어요. 그런 것들을 아예 안 할 수는 없겠지만요. 공연을 하면서, 저라는 사람이 열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가끔씩 무대 위에서 영적인 경험을 할 때가 있거든요. 그것에 대한 심신의 준비가 스스로 잘 돼 있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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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할 때 음색 말이에요. 말하는 음색과 아주 달라요. 노래할 때는 높고 가늘고, 말할 때는 낮고 두텁고. 
글쎄요. 저도 둘이 다른 이유를 생각해본 적은 딱히 없어요. 제 나름대로는 (소리를) 지르고 있고 제 나름대로는 굵은 건데, 그냥 제 그림체가 그렇게 생겼나봐요. 안정적이고 제가 연기하기가 편한 방식대로 부른다고 할까요. 우리가 뭔가를 만질 때, 일정한 것보다는 오돌토돌하고 다양한 질감을 느끼면 기분이 좋잖아요. 그런 것을 좀 (보컬에서) 추구하기는 해요. 
 
신곡은 계속 쓰고 있나요? 정규 3집은 언제쯤 나오게 될까요?
곡은 다 나왔어요. 저, 워커홀릭 맞아요. 편곡하고 있는데 엄청 재밌어요. 빨리 내고 싶어요. '이 얘기가 생각이 나는데, 아, 이 얘기 해야지...' 하는 걸 1년간 조각하고 있다는 것은 성격이 급한 저에게는 되게 아슬아슬한 이야기예요. 올해 하반기에 낼 수 있다면 좋겠네요. 먼저, 조만간 '반짝반짝'이란 제목의 노래를 발표하려고 해요. 세상이 원하는 반짝반짝함을 갖지 않은 분들과 연대하며 그분들을 위해서 부르고 싶은 노래예요. 
 
요즘 제일 빠져있는 건 뭐예요?
찰리 헤이든. 잘 때나 아침에 많이 들어요. 그게 없으면 이제 잘 수도 없어요. 제겐 공기 같은 음악이죠. 다 좋아하지만 특히 [Come Sunday], [Nocturne], [Gitane], [Beyond the Missouri Sky] 같은 앨범들..., 그것 말고는 제 주변 여자 친구들의 안위, 행복, 개그같은 것들에 관심이 제일 많고요. 
 
김사월이라는 예명, 아직도 맘에 드나요? 
제가 불리고 싶은 이름으로 지어봤는데 잘 지은 것 같아요. 대단한 포부나 의미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편하고 기억하고 싶고 단순하니까, 하고 시작한 것들이 나중에도 후회는 크게 안 남는 것 같아요. 사월은 내 생애의 이름이 아니라 내 음악 생애의 이름이잖아요. 이제는 저를 사월이라고 부르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어졌어요. 본명은 가정, 은행, 병원에서 부르는 이름이 됐네요. 생각해보니 묘하네요. 
 

 

김사월's 띵곡

 

1) 김사월 : 접속

 

[크기변환]김사월 - 접속.jpg

 

같은 곳에서 같은 속도로 심장이 뛴다면 당신의 꿈속으로 접속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2) charlotte Gainsbourg : deadly valentine
 
charlotte Gainsbourg - deadly valentine.jpg

 

나와 결혼해요. 오 이런, 내 이름이 기억나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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